건방 떨지 말자
"넌 살면서 목표를 세워 달성한 경험이 뭐가 있냐?"
이 주제로 회사에서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름 100일 글쓰기를 완료를 임박한 시점에서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은근슬쩍 꺼내 보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답변들이 쏟아졌다.
"난 수영 100일 연속 목표 세워서 성공했는데?"
"난 100일 동안 공부해서 자격증 땄는데?"
하루하루 의미 없이 시간만 때울 것 같은 녀석들이, 알게 모르게 각자 개개인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고 있었다. 100일 동안 글을 쓴 것을 어디 나가서 자랑하고 과시할 생각을 했던 내가 괜히 머쓱해 애꿎은 핸드폰 액정만 닦아 댔다. 내 개인적인 목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에 타인에게 공감을 바라는 것은 조금은 이기적인 행동 일 수도 있다 생각했다.
목표라는 것은 거창하거나 성과를 내야 한다거나 모두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나에겐 대단한 도전이었던 들 타인이 보았을 땐 크게 어렵지 않게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상대방의 목표 달성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 친구들의 조금은 퉁명스러운 반응에 내가 100일 동안 글을 왜 쓰고자 했는지, 다시 12월 1일 첫 번째 글을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회사에서 부여받은 임무와 업무가 내 능력 이상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힘에 부쳤다. 퇴근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개인적인 여가 생활이 전혀 없는 삶이 무기력하고 힘이 들었다. 솔직한 말로 퇴근 후 동네 뒷산 삽이라도 퍼야 뭔가 삶의 이유를 찾을 것만 같았다.
무언가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특정한 곳에 의미 부여를 해야 했다. 뭐라도 시도해봐야 했다. 때마침 컨셉진의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고, 김밥천국에서 치즈 돈가스 고르듯 고민 없이 신청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난, 그래도 같이 하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링크했는데 개풀 쳐다보듯 했다. 그렇게 나 혼자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다.
솔직히 100일 동안 글을 100개를 썼다 한들 크게 내 인생이 달라지거나 앞으로의 삶에 크게 지장은 없을 것이다. 내 마음가짐에도 크게 변화를 준다거나 내일부터 당장 '이제 난 모든지 할 수 있을 거야!' 따위의 생각은 하이틴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내일도 평소와 똑같은 마음으로 아침 일곱 시 기상 후 모닝커피를 타고 출근길 부들부들 거리며 직장에서 또다시 전쟁의 삶을 시작할 뿐이다. 대신 나의 하루라는 리듬 속에 글을 쓴다는 행위가 당장 내일부터 빠질 생각 하니 조금은 공허함을 느낄 것 같다.
100일간 글을 쓰며 대단한 걸 얻고 대단할걸 깨닫고 대단한 게 바뀌진 않았지만, 조금은 현타가 왔던 내 30대 중반 인생에 다음 주유소까지 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기름은 채운 것 같다. 게이지가 가득이 되는 그 순간까지 또 다른 나의 삶을 활력소를 찾기 위해 여기서 글쓰기와는 작별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그렇게 대단하지도, 그렇다고 시시하지도 않았던 나의 첫 목표 달성을 자축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