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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택 Jan 02. 2021

이 시대의 이별 공식

카카오톡 프로필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침대에 누워 폰을 이리저리 만지작 거린다. 아이폰 설정에 들어가서 세팅 값도 바꾸어 보고 지난 사진첩에도 기웃거려본다. 그러다 어젯밤에는 카카오톡을 열어 친구 리스트를 한 번씩 훑어보았다.


'이 친구는 망간 결혼하나 보네~'

'얘네들는 그렇게 깨를 볶더구먼 헤어졌네~'

'오~ 이 친구 둘째 낳았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클릭해서 보면 대충 그 사람의 근황을 간접적으로 나마 알 수 있다. 특별히 안부를 건네며 자주 연락하진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만나보니 반갑다. 그리고 익숙한 이름이지만 전혀 쌩둥 맞은 프로필 사진이 걸린 사람이 있다. 아마도 핸드폰 번호를 바꾸었나 보다. 근데 나에게 연락이 없던 걸로 보아 아마 이 사람과 나의 인연은 여기 까지겠지?


 그런데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오랫동안 연락을 끊은 대학 친구부터 그동안 스쳐 지나간 인연들 까지 말이다. 조금은 망설여졌지만 과감히 친구 리스트에서 삭제를 했다. 그렇게 줄이고 줄이고 삭제하다 보니 정말 미니멀하게도 필요하고 남을 사람만 남아졌다. 참으로 애석한 점은, 카카오 연락처에 남은 대부분이 회사와 관련된 사람과 고객사 연락처로 차지해버렸다는 것이다. 아마 이 카카오톡이 친구 리스트가 현재의 나를 대변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언젠가 이 사람의 프로필을 보며 '김 과장 잘 지내고 있군' 하며 과감히 삭제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날이 올까?


 이 시대의 이별 공식 , 카카오 프로필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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