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작 드라마
요즘 유튜브를 보다 보면 한일 커플 혹은 한일 부부 유튜버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회사에만 봐도 한일 부부가 더러 있다. 근데 재미있는 점은 높은 확률로 한국인 남자와 일본인 여자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가 서로 상성이 좋은 가보다.
실제로도 그렇지만 미디어에서도 한국인 남자와 일본인 여자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많다. 적당히 서로의 장점을 부각해 창작하기 좋은 소재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일본 문화에 관심을 두어서 그런지 한일 관련 드라마나 영화들은 대부분 챙겨 보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역시 2002년, 한일 합작으로 만든 드라마 '프렌즈' 다.
프렌즈가 특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마 '최초'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2000년 초반부터 월드컵을 기념하여 한국과 일본의 기념적인 행사들이 많았다. 특히 당대 양국의 최고의 배우들인 원빈과 후카다 쿄코가 주연으로 드라마를 만든다 하니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한국의 MBC와 일본의 TBS가 각각 2회분 씩 공동 제작해 총 4부작의 드라마가 그렇게 세상에 공개되었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영화감독 지망생 지훈(원빈)은 여름 방학 동안 홍콩에 머물며 영상 촬영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훈은 홍콩에 여행을 온 일본인 관광객 토모코(후카다 쿄코)에게 소매치기로 몰리게 된다. 악연으로 만난 이 둘은 서로 간의 오해를 풀고 지훈이 영상을 만드는 것을 토모코가 도와준다. 그렇게 둘은 이메일을 주소를 남겨주며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만남은 여러 장애와 국경을 뛰어넘고 운명적인 사랑으로 발전된다는 스토리다.
지금 보면 한국과 일본의 만남을 스토리로 그린 콘텐츠가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문화가 아직 개방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 간접적으로 일본의 문화와 생활상이 공중파에 공개되고 한일 커플을 소재로 한 점은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최초답게 양국의 문화적 차이 요소를 군데군데 삽입 한 점이 서로에게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국 같은 경우 주인공 지훈이 안동 양반 집안 가문의 장손으로 나온다. 제사와 예의범절과 같은 유교적인 사상들이 나온다. 그리고 국가의 부름을 받는 군대 때문에 둘이 잠시 헤어지는 순간. 일본이라는 국가의 선입견 때문에 반대하는 가족들. 지금 보며 뻔한 클리셰 범벅이지만 아마 당시 일본인들은 매우 신선한 문화적 차이로 다가왔다고 한다.
특히 지금 다시 보며 재미있던 점은, 일본 여자는 한국 남자를 보기 위해 쉽게 한국을 오지만, 한국 남자는 일본에 한번 가기 위해 일용직을 뛰며 여행비를 마련하는 그림으로 나온다. 당시만 하더라도 양국 간의 물가 차이가 체감상 3배 이상이 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인에게 일본이란 나라는 비용적으로 부담스러운 국가였다. 지금은 거의 1:1 정도의 느낌이 나는 걸 보면 참 우리나라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서로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이메일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서로 시간이 엇갈리는 장면도 나온다. 실시간 채팅을 하며 메신저를 하는 지금은 절대 연출이 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렇듯 당시 한일관계와 시대상을 반영한 요소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였다.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 지금 보면 조금은 뻔한 연출에 실소를 머금을 수 있지만 한일 합작이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지금 봐도 제법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남자, 일본 여자, 양국 간 긍정적 영향을 주길 바라며.
→ 짤 구글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