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방어선
[김해시청] 금일 내린 눈과 한파에 따른 도로결빙으로 교통혼잡이 예상되니 출근길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시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재난 알림 문자가 와있었다. 기가 막혔다. 경남 지역에 눈으로 인한 재난 문자라니!! 전날 밤 수도권 지역의 폭설로 인해 인스타 피드는 온통 눈 잔치였다. 그 모습을 보고 '행복해 보인다.'라는 생각으로 잠들긴 했는데, 여기도 눈이 왔다는 소식은 출근에 대한 걱정보다 눈을 볼 수 있다는 설레이는 마음이 더 컸다. 도대체 얼마나 왔길래 이리 호들갑일까? 하며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커튼을 걷었다.
'에이~ 그럼 그렇지...'
재난 문자가 무색할 정도로 창밖의 모습은 평소와 1도 변화가 없었다. 혹시나가 역시나인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근데 지하실을 빠져나오자 나름 눈가루 정도가 흩날리긴 했다. 그걸 보니 '우리 지역 사람들은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할 거야'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 정도의 눈으로도 우리 지역 사람들에겐 재난 수준의 일이 맞을 거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사는 경남지역은 눈을 보기 매우 힘든 곳이다. 오죽했으면 인터넷에서 매번 눈이 내린 한반도 위성사진을 가지고 '경남 지역의 결계', '와칸다 보호막,''낙동강 방어선' 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눈 녹듯이 사라지다.'라는 관용 표현도 우리 지역 사람들은 다르게 느낄 것만 같다. 그렇다 보니 우리 주변에는 스노우 체인을 구비한 사람이 거의 없고, 염화칼슘, 모래 따위의 제설 장비가 빈약하다. 결국 개개인이 눈에 대해 전혀 대비가 안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2014년 12월에는 '눈이 이 정도 온 거면 괜찮을 것 같은데?'라는 경험 부족으로 인한 오판으로 도로에서 제대로 아비규환을 맛보기도 했다.
다행히 오늘은 자치단체의 걱정과 달리 역시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눈으로 인한 피해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우리 지역 지인들의 인스타에 약간이라도 짧지만 눈을 보며 행복해하는 모습만 보였다. 그래도 눈을 조심해라는 재난 문자에도 설레는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아직은 눈에 대한 기억은 행복한 추억이 더 많은 가보다. 아님 아직 철이 없는 걸까?
인생에 눈 오는 날이 손에 꼽히다 보니 대부분의 눈 내린 날을 기억한다. 아마 오늘도 기억에 남을 지는 남은 한 달 반 동안의 겨울을 더 보내봐야 결정될 것 같다. 올 겨울이 가기 전에 눈사람을 한번 만들어 볼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