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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택 Jan 09. 2021

힙합 가사 번역하기

윈윈(winwin)

 힙합을 좋아해 쇼미더머니와 같은 경연 프로그램을 줄곧 챙겨본다. 본방에서 멋진 공연이 끝나고 나면 항상 기다리는 것이 있는데 바로 유튜버 'NunReacts'의 영상이다. 일명 '수녀님'이라고 불리는 이 유튜버는 주로 한국의 힙합과 R&B 아티스트들을 리액션한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백인으로 추정되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때문에 수녀의 복장과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 그의 상징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화가 되고난 이후 외국인들의 K-Pop 아티스트들의 리액션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힙합을 대상으로 리액션을 해주는 외국인은 아마 수녀님이 유일무이한 듯하다. 힙합은 시적 허용, 라임, 펀치 라인 등으로 인해 래퍼들이 의도적으로 가사와 Flow를 치밀하게 디자인한다. 자국 사람도 가사의 펀치라인과 맥거핀 같은 것을 단 한 번에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외국인이 한국의 문화적 정서가 담긴 랩 가사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곡에 대한 메시지를 읽어내는데 탁월한 수녀님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물론 옷을 찢거나 의자를 두드리는 등 조금은 과격하고 높은 텐션의 리액션도 재미의 한 요소다.


 하지면 결국 문화와 언어를 초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랩 가사는 직설적인 표현보단 비유와 직유, 동음이의어, 중의적 표현들이 많다 보니 적절한 표현으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느끼고 감동한 것에 비해 다른 문화권 사람들은 어떻게 번역을 한들 크게 와 닿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 사회와 문화의 지식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고, 부가적인 설명이 따르지 않으면 래퍼의 의도를 결국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쇼미더머니에서 '윈윈'이라는 음원 중 가오가이라는 래퍼의 벌스를 위트 있고 센스 있게 들었다. 하지만 수녀님에겐 크게 와 닿지 않았나 보다. 그 이유를 아래의 가사와 영어로 번역된 것과 비교를 해보면 느낄 수 있다.



깨 깨 저 바위한테 우리 바로 보를 내

Break break to thr rock We hand our 'paper'


내게 다 얘기해 가오가인 너의 믿을맨

Tell me everything kaogaii is a trustworthy man


서롤 믿을 때 시스템이 움직일 테니

 When we trust each other The system can work


삐긋대다 삐 걸리지 마 리미테이션

Don't stumble and -beep- get caught Limitation


힘이 들 때 핑계는 지긋해

When you're exhausted Tired of excuses,


시급이 더 시급 할 땐 알바를 리스펙 Huh

When your pay is more important Respect part-time jobs huh


내 흙수저 니 흙수저 맛이 똑같어

My dirt spoon Your dirt spoon All tastes the same


떼를 쓰고 때려치움 아무것도 안 바뀌어

If you just whine and give up Nothing will ever change


나는 이길 거야 금수저를 쥘 거야

I'm gonna win, I'm gonna hold a gold spoon


결국 호평동을 만들 거야 종로 3가로

And I'll turn Hopyeong-dong into Jongno 3-ga


이기자 출신 가오가이 군필 나는야 진짜 사나이

Igija unit Kaogaii discharged, I'm a real man.


예비역 부심 이 길람 따라와 내 심장 이따 만 하지.

Proud of being a reservist, If you wanna win follow me My heart is this big.



 우리가 가사를 받아들이는 것과 실제 해당 가사가 직역되어 외국인이 이해할 때의 한계점이 절실히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몇 가지만 짚어 보자면 먼저 '바위'라는 높은 벽을 가위바위보 에서의 '바위'의 중의적 표현으로 보를 내서 이긴다는 의미가 단순히 영어권의 Rock Paper Scissors 해서 Paper를 냈다 정도로만 번역이 된다. 그리고 '흑수저' 끼린 같으니 이 현실을 이겨내서 금수저를 쥐겠다는 표현도 dirt spoon에서  gold spoon을 쥐겠다 정도로만 해석된다. 우리나라에서 흙수저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와 사회적 현실을 읽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기자' 부대 출신인 나는 진짜 사나이라는 표현도 Igija unit Kaogaii discharged, I'm a real man. 정도로만 번역되어 한국 문화권이 아니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노래의 제목인 윈윈(winwin)에 맞게 대한민국에서 이기자 부대가 가지는 이미지와 상징성을 잘 녹여낸 것이라 생각하는데 외국인인들에게 적절한 번역 방법이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실제 영화 기생충의 번역가 '달시 파켓'도 영화 속 다양한 한국적인 표현에서도 특히 '짜파구리'를 번역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힙합을 예로 들었지만 한국의 문학, 영화 등이 다양한 곳에서 우리가 의도한 대로 세계인들에게 의미를 전달할 수만 있다면 지금 보다 가치가 더 높아질 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도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과거와 달리 한국문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외국인이 많아지는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다. 한국적 표현을 좀 더 글로벌하게 표현할 수 있고,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 아마 우리 문화의 최우선 과제이지 않나 싶다.


 그게 윈윈 하는거야 윈윈

승리 Comin'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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