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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택 Jan 21. 2021

힘들때 마다 찾아오는 치유의 음악

내 마음속 유희열

 때는 바야흐로 2000년, 중학교 1학년 당시 '700-5425'라는 유료 ARS 서비스가 유행했다. 이 서비스는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 벨소리, 음악 메시지, 컬러링 등의 모바일 콘텐츠를 제공받는 서비스였다. 한창 모바일 서비스와 플랫폼이 발전하던 시기라 TV 광고도 여러 편으로 제작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공효진, 한채영, 류승범 등의 라이징 스타들이 광고의 주 모델이었다.

      

 700-5425 광고를 21년이 지난 지금도 절대 잊을 수 없던 이유는 광고의 BGM을 통해 토이(유희열)의 음악을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해당 노래는 지금은 너무나 명곡이 된 토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광고에 작게 쓰인 '토이'라는 자막을 보고 이후 토이의 전 앨범을 찾아들었다. 중학생이 되고 정서적으로 조금은 불안정할 수 있는 사춘기 소년에게 유희열의 감성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약도 없는 중2병이 온다는 중학교 2학년 때, 토이의 정규 앨범 'fermata'가 릴리즈 되었다. 18 트랙에 다양한 객원 보컬들의 참여로 매우 풍성한고 만족스러운 앨범이었다. 또한 유희열 특유의 찌질하고 짝사랑 감성의 노래들이 당시 내가 좋아하던 옆 학교 여학생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서 앨범을 들으면서 가슴 아파하곤 했다. 특시 성시경이 부른 '소박했던, 행복했던' 은 아직도 들으면 가슴이 미어진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나도 나이를 먹고 국방의 의무를 하게 되었다. 2007년 일병 당시 분대장이 었던 김 병장님이 토이가 조만간 새 앨범이 나올 수 있다는 썰이 돈다고 알려 주셨다. 그렇게 된다면 2001년 중학교 2학년 때 이후 6년 만에 정규앨범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2007년 11월,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던 토이의 6집 앨범 '땡큐'가 발매되었다. 토이의 새 앨범은 힘든 군생활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특히 6번 트랙 윤하가 부른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 7번 트랙 연주곡 '스치다' 8번 트랙 김형중이 부른 '크리스마스 카드'의 곡 구성이 역시 희열 옹의 천재스러움을 엿보게 했다.


 이후 스케치북, K-pop 스타 등 미디어에 자주 노출된 희열 옹은 특유의 독자적인 캐릭터 '감태'라는 별명으로 지금은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셀럽이 되었다. 이 여새를 몰아 2014년, 이전 앨범 대비 무려 7년 만에 크러쉬, 다이내믹 듀오, 빈지노 등 젊은 아티스트들과 만든 정규 앨범 Da Capo 가 발매되었다. 해당 시기는 회사의 신입사원으로서 열심히 업무를 배우던 시기였다. 인생에 처음 경험하는 회사라는 조직은 생각 이상으로 적응하는데 힘들었다. 그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는데 많은 도움을 준 앨범이었다.


 중 2병 감수성 짙었던 사춘기 시절의 'Fermata', 힘든 군생활의 버팀목이 된 'Thank you', 신입 사원의 서러움을 달래주던 'Da capo'.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굵직굵직한 시기와 이벤트 때, 항상 희열 옹의 새 앨범이 곁에 있어 주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희열 옹의 새 앨범이 이토록 기다려지는 건 그만큼 삶에 여유가 없어지고 힘들어진 게 한몫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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