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를 보다 보면 국제결혼을 한 유튜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경을 넘은 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사랑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양국의 언어적,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에피소들이 주를 이룬다. 근데 가끔 보다 보면 부부간에 이러한 차이들에서 오는 갈등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실제 우리 회사에도 일본인 여자와 결혼한 동료들이 많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의 조직 문화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다.
댕기풀이: 관례나 혼인을 하고 나서 동무들에게 한턱내는 일.
한국에는 댕기풀이라는 문화가 있다. 결혼 전 후로 친구 혹은 직장 동료들에게 예비 신부를 소개하며 축하연을 베푸는 날이다. 한국 결혼식은 손님이 많이 와야 복을 받는다고, 미리 결혼 전 손님을 많이 받기 위해 댕기풀이로 일종의 물밑작업을 하는 듯하다. 물론 우리 회사도 동료가 결혼 소식을 알리면 댕기풀이 일정을 꼭 잡는다. 신입 사원 땐 얼굴도 잘 모르는 선배가 결혼을 한다며 맛있는 걸 사준다 하니 마냥 좋았었다.
파트 한 선배는 일본 여자와 결혼을 했다. 일본 본사에서 근무하며 실제 법적인 혼인은 일본에서 마쳤고, 이후 한국 지사로 정착했다. 일본에 있을 당시 여건상 식을 하지 못해서 한국에서 식을 올린다고 했다. 파트 총무는 선배의 결혼 소식을 알고 댕기풀이 일정을 잡고자 했다. 그런데 문제는 선배의 일본인 아내가 댕기풀이 참석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굳이 식 전에 음식을 대접하는 점과, 혹여나 사람들이 노래나 춤도 시킬 수 있다는 점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그래도 이것이 하나의 한국의 조직 문화고 남편이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하니 설득 끝에 참석을 한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우리도 댕기풀이를 하는데 처음으로 외국인 손님을 맞이 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걸까 실제 댕기풀이 당시 평소와 같은 짓궂은 장난이나 멘트들도 하지 않고 매우 점잖고 젠틀하게 회식을 마쳤다. 알게 모르게 선배들도 외국인 손님 앞에서 나름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신경 쓰려 해던 것 같다. 쥐 죽은 듯 조용했던 동료들의 반응에 일본인 형수는 혹시 몰라 연습한 한국 노래를 부르지 못해 내심 아쉬웠다고도 한다.
회사생활을 해볼수록 이러한 댕기풀이 문화가 과연 가끔은 누굴 위한 것이며 올바른 일인가에 대해 의문도 들었다. 가끔 짓궂은 선배들이 예비 신부에게 무리한 요구나 장난을 쳐서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보았고, 어쩔 수 없이 의무감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극히 합리적이고 점점 개인화되어가는 요즘 젊은 한국 사람들에겐 이러한 문화는 더더욱 환영을 받지 못할 것 같다. 점점 사회와 조직에 소속된 '나' 보단 개인의 '나'가 더 중요한 시대인 만큼 개인의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하는 집단성이 조금은 지양되어야지 않나 싶다. 그리고 회식이 끝나 갈 때 즈음 한 선배는 말했다.
"그래서 집들이는 언제 하냐?"
일본인 아내의 한숨은 깊어져 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