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위치에 서본 기억이 없다.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군대에선 후임을 받았고, 대학 복학 후엔 후배들이 있었으며, 회사에서는 수많은 신입사원들과 함께 일해왔다. 그런데도 ‘선배 노릇을 해본 적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진짜로 그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위계적인 분위기를 몹시 불편해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내가 걸어온 길은 늘 수직 구조의 한복판이었다. 남고, 군대, 공대, 지방, 그리고 제조업. 나는 자연스럽게 서열과 연차가 기준이 되는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ㅍ그리고 그만큼, 거부감도 함께 자라났다. 내가 보고 배운 ‘선배’는 대부분 위에서 눌렀다. 권위를 앞세우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말 대신 위엄을 내세웠다. 그래서 다짐했다. 나는 절대 저런 선배가 되지 말아야지.
하지만 막상 선배의 위치에 섰을 땐, 막막했다. ‘괜찮은 선배’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나는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택한 건 회피에 가까운 무심함이었다. 간섭하지 않고, 조언하지 않고, 거리를 두며 스스로 위계에서 물러나는 태도. 그게 오히려 나름의 저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방식 역시 완전한 해답은 아니었다. 거리를 뒀지만, 그만큼 책임도 놓쳤다. 권위적인 선배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은 진심이었지만, 혹시 그 핑계로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한 노력’마저 포기한 건 아니었을까. 살다 보면 누구나 결국 선배의 위치에 서게 된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동네에서조차도.
그래서일까. 나는 그 이름 앞에 설 때마다 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고, 생각하려 한다. 무엇이 더 나은 선배인지. 어떤 모습이 좋은 사람인지를. 좋은 선배란 ‘위에서 누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서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완벽할 순 없겠지만, 좋은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계속해서 고민하는 사람이 되는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