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웃음 속에 깃든 것

by 온택

언제부턴가, 엄마 얼굴에 조용한 평온이 머물기 시작했다. 밥을 차릴 때도, 손주 얘기를 꺼낼 때도, 내 얼굴을 조용히 바라볼 때도, 어딘지 모르게 힘이 빠진 듯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 스며 나오는 웃음이 있었다. 슬쩍 물어보니, 엄마는 막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부터 그렇다고 했다. 세 남매 모두 출가해 아이를 낳고 각자 가정을 꾸린 모습을 보니, 이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요즘 엄마는 손주들 간식 사주는 재미에 살고, 아이들 재롱을 보며 깔깔 웃는다. 그 웃음 속엔 여유를 넘은, ‘안정’이라는 감정이 묻어난다.


물론 우리 가정도 늘 평탄한 건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고, 가족이 마음 다쳐 조용히 눈물 삼킨 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버텨냈다. 불안정한 삶을 조금이라도 덜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이제는 우리 모두 제법 제 몫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우리를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에서, 나는 오히려 안정감을 얻는다. 그 조용한 단단함이,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걸 느낀다.


요즘의 엄마는, 마음이 편해진 만큼 삶을 더 가볍게 누리고 있다. 다음 주, 엄마 아빠는 해외여행을 떠난다. 예전 같았으면 “돈 아깝게 뭘 그런 걸 가냐”고 하셨을 분들이, 요즘은 먼저 항공권을 검색하고 여행지를 고르신다. 그 모습이 나는 참 좋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그 평온을 지켜드릴 차례라고. 엄마 아빠의 남은 삶이 더 편안하고 따뜻할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책임이다.


언젠가 내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고, 또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때 나는 엄마의 그 표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식의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그 기분. 그때쯤, 우리 얼굴에도 지금의 엄마처럼 조용하고 단단한 ‘안정’ 하나쯤은 깃들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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