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 매년 9월이면 이상하게도 시선이 하늘에 오래 머문다. 저녁빛에 물든 구름, 차가운 바람, 높이 걸린 하늘은 늘 비슷해 보이지만 그 앞에 선 내 마음은 매번 달라진다. 풍경은 그대로인데, 9월의 하늘만큼은 언제나 한 계절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9월에 우울해졌다. 어린 시절엔 여름방학이 끝났다는 허탈감 때문에, 지금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또 한 살 더 먹는 현실 때문에. 해가 짧아지고 공기가 바뀌면, 설렘보다 허무와 쓸쓸함이 먼저 찾아왔다. 계절의 변화가 내겐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끝’을 먼저 각인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기분을 두고 “가을을 탄다”고 불렀는지도 모른다.
우울을 털어내기 위해 이런저런 방식을 붙잡아 보기도 했다. 선선한 공원에서 달리기를 한다든지, 괜히 핸드폰 속 사진들을 새벽까지 정리한다든지. 하지만 그런 시도들은 늘 며칠을 못 가 끝내 흐지부지되곤 했다. 그래서 9월은 내게 늘 무겁고, 끝내 이어가지 못한 흔적들이 쌓이는 계절이었다.
그런데 올해의 9월은, 예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내는 오랜만에 복직했고, 나는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았다. 아이들 또한 유치원에 가기 전 마지막 학기를 시작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된 도전이, 묘하게도 한 가족으로 연결된 힘으로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피곤하고 버겁게만 느껴졌을 텐데, 올해의 9월은 이상하게도 기대와 성취감이 앞선다. 마치 우리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서 함께 달리기 시작한 것처럼, 우울감보다 함께 힘을 모으는 감각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번에는 변화를 두려움이 아니라, 함께 맞이하는 설렘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여전히 가을의 그림자는 남아 있지만, 이제는 그 위를 덮을 만큼의 빛이 있다. 억지로 우울을 떨쳐내려 애쓰지 않아도, 가족과 함께 맞이하는 새로운 시작이 나를 붙잡아 준다. 올해의 9월은, 오랜만에 무게보다 온기가 더 크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