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뜻밖의 일을 겪으면 “이건 운명이야”라고 말한다. 연인을 만났을 때, 인생의 기회를 잡았을 때, 혹은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을 때.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걸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내 삶은 거대한 운명의 굴레라기보다, 사소한 선택들이 이어진 결과에 더 가까웠다.
아침에 5분 더 눕느냐, 출근길에 어떤 길을 고르느냐, 면접장에서 어떤 말투를 쓰느냐. 그 순간에는 대수롭지 않아 보였던 선택들이 쌓여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어떤 순간을 두고 ‘인생의 전환점’이라 말하지만, 돌아보면 그 전환점조차 작은 갈림길에서 내린 선택의 합일 뿐이다.
이를테면 아내와의 만남이 그렇다. 흔히들 “배우자는 운명처럼 만나는 법”이라 하지만, 내 경우는 달랐다. 나는 친구에게 “저 사람 꼭 소개해 달라”고 먼저 부탁했고, 실제로 만남의 자리를 만든 것도 내 행동이었다. 우연히 스친 인연이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쟁취한 결과였다. 남들이 보기엔 운명 같을지 몰라도, 내게는 분명히 선택의 결과였다.
일터도 마찬가지다. 첫 직장에 합격했을 때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그건 수십 번의 불합격 끝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지원한 끝에 얻은 자리였다. 누군가에겐 운명처럼 보였겠지만, 내겐 반복된 선택과 버팀의 산물이었다.
그래서 나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레 다룬다. 내게 운명이란 하늘에서 내려오는 명령이 아니라, 내가 매일 고르고 책임지는 작은 선택들의 총합이다. 어쩌면 사람들이 “운명”이라 부르는 순간조차, 사실은 자기 선택에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고 싶은 마음일지 모른다.
결국 운명이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작은 선택들이 모여 그려 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