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을 털어내는 일

by 온택

남자에게 미용실을 바꾼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늘 하던 대로요.” 한마디면 모든 게 해결되니까.

내 머리카락의 상태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도 이미 다 아는 단골 디자이너가 있다는 건 분명 편리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1년, 2년, 아니 10년 넘게도 같은 미용실을 다니곤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변심을 품게 되었다. 실력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손길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처음엔 세심하고 친절했는데, 요즘은 ‘잡은 물고기’라 생각하는 건지 어쩐지 대충하는 기분이 들었다. 머리카락은 그대로인데 마음은 이미 어긋나 버린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이유 없이 바뀌지 않는다. 겉으로는 어느 날 갑자기 돌아선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작은 실망과 불만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결국 임계점을 넘는 것이다. 처음엔 스스로를 달랜다. ‘오늘만 좀 대충했겠지. 컨디션이 안 좋았겠지.’ 하지만 이런 합리화가 반복되면 더 이상 변명할 수 없게 된다. 그 순간, 마음은 이미 멀어져 있다.


생각해보면 변심은 배신이라기보다 자기 보호에 가깝다.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때, 관계를 지키느라 애쓰는 대신 스스로를 지키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겉으론 냉정해 보여도, 어쩌면 가장 솔직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이건 미용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친구 관계도 그렇다. 늘 만나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부정적인 말만 늘어놓는다면, ‘예전 같지 않다’는 감정이 바로 작은 변심의 신호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안정적인 자리인데도 사람들이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는, 월급이나 복지보다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자라면 다시 잘라내야 하듯, 마음도 오래된 익숙함을 털어내야 새로운 자리를 얻는다. 변심은 끝이 아니다. 낡은 것을 정리하고, 나에게 더 맞는 방향을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순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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