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속의 외침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단순한 킬링타임용이 아닌, 조금은 심오하면서도 감독의 숨은 의도와 맥거핀 찾아 해석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영화관을 나오면 방금 내가 이해한 게 과연 맞는 것인지? 혹은 다른 의견은 없는 것인지? 하며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다.
한날은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만나서 그동안 밀린 근황 토크를 한다. 그러다 예전에 개봉했던 한 영화 이야기가 나왔다. 분명 나는 감독의 연출과 스토리 라인에 감명받아 두 번이나 본 영화인데, 다른 친구들은 오히려 최악의 영화였다고 비난을 했다.
이 작품을 재미없다고 말하는 친구들의 의견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좋은 영화라는 것을 납득시키기 위해 작품의 숨은 의도와 메시지 등을 침을 튀기며 설파해도 이 녀석들에겐 쇠귀에 경 읽기였다. 분명 녀석들이 영화에 대한 소양이 부족해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재미없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내가 발끈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내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것인데 나의 의견과 생각들이 전달이 되지 않자 나 자신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는 취향을 공감받지 못한 소외감에서 오는 반응이다. 다수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외로운 상황에 쳐했을 때 불안함을 느낀다. 아마도 내가 남들과 다른 별종에 특이한 사람을 취급당하는 느낌을 받아서 인 것 같다.
세 번째는 아쉬움이 남아서다. 내가 영화를 보며 이해한 내용을 상대방도 이해한 내용을 같이 교차검증도 해보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서 쉐도우 복싱만 하고 있으니 뭔가 모를 아쉬움이 따랐다.
이후 친구들과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와 전혀 다름을 인지 하였다. 친구들에게 영화는 그저 데이트 코스 중 하나이거나, 어벤저스나 명량처럼 만인이 보아서 의무적으로 챙겨보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리고 크게 웃거나 슬퍼 눈물을 흘리거나 하며 감정의 기복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이 었던 것이다. 이렇게 즐겁게 킬링 타임으로 봐야 할 영화를 적당한 감정선을 느끼지 못하고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 봐야 '뭐 하자는 거지' 하며 재미없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대단한 작품인 마냥 이해시키려고 침 튀어 가며 설명해봐야 '아이고 대단한 이동진 납셨네~' 하고 비아냥만 당할 뿐이었다.
친구들이 단순히 나보다 머리가 나빠서, 혹은 공감력이 부족해서 영화를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와 관심사가 달랐을 뿐이었다. 특정 카테고리에 얼마큼 관심을 두고 에너지를 쏟느냐의 차이다. 외롭고도 씁쓸한 복잡한 감정을 느껴보며 설령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상대방이 감흥이 없다 한들 내 생각을 주입하거나 강요도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느낀 날이었다. 물론 그날 전기차에 대해 중요성과 장래성을 설파하는 친구를 바라보며 '대단한 일론 머스크 납셨네'라고 말한 건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