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택 Dec 17. 2020

길거리에서 성화대까지

비보이가 올림픽 종목으로

 최근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소식 중 하나는 바로 2024년 파리올림픽에 '비보이'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는 것이다.  지하철역, 길거리 바닥에서 행해지던 스트릿 문화가 권위 있는 올림픽의 종목으로 되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난 상당히 비보이에 관심이 많다. 그 관심의 시작은 초등학교 시절 김수용 작가의 '힙합'이라는 만화다. 아마 80년대 생의 남자라면 안 읽은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 너무나도 히트한 이 만화로 인해 대한민국 남자들 사이에서 비보이 열풍이 불었다.

 원킥, 투킥, 베이비, 토마스 등 만화에 나오는 기술들을 학교 교실 뒤와 골마루에서 친구들과 하나씩 따라 해 보는 걸 시작으로 학교에서 춤 좀 춘다는 애들이 모여 지금으로 치자면 나름 '크루'를 결성했다. 점심시간 중앙 현관에서 크루원들과 춤을 추고 있자면 수많은 구경꾼들이 모였는데 그런 친구들의 시선과 관심을 받는 것이 너무 좋았고 춤을 추는 것이 참 즐거웠다.


 그 시절엔 각 학교마다 우리처럼 춤 좀 춘다는 친구들이 다 있었다. 그래서 타 학교로 원정으로 가서 소위 말하는 '배틀' 이란 것도 했었다. 한날은 옆 동네 한 초등학교와 배틀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옆 동네 학교 친구들은 진짜 어나더 레벨의 실력을 보유한 애들이었고 우린 처참히 발렸다. 나름 나는 우리 학교 내에서는 춤 좀 추는 1인이어서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었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우 충격 먹었던 기억이 있다. 오죽했으면 그때 그 춤 잘 추는 녀석의 이름을 34살인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렇듯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거쳐 사춘기까지 2000년대 초 중반에는 대한민국 비보이가 방구석 문화에서 세계로 뻗어 나가는 시절이었다. 아마 나도 비보이를 잠시 한걸 보면 그 시절 남학생들은 한 번쯤은 다 해본 문화였기에 전국 여기저기서 재능 있는 괴물들이 탄생했던 것 같다. 당시의 우리나라 비보이들은 정말 테크닉이 어마 무시했고 전 세계에 유래가 없던 기술과 무브들을 구사해서 전 세계의 대회란 대회를 다 쓸어 담았다. 그렇다 보니 비보이 문화가 언론이나 TV에 자주 노출되며 제법 대우받던 부흥기가 있었다.


 그런 비보이 부흥기도 어느덧 시간이 지나 대중들에게 점점 잊혀 갔고, 지금은 다시 마이너의 문화가 되었다. 그 예가 얼마 전 유튜브에서 무작정 시민들에게 길거리 인터뷰로 아는 비보이 팀 혹은 비보이 있냐고 물으니까 정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이걸 보고 세계에 국위선양을 하는 국내 수많은 비보이들이 있지만 뉴스 기사 하나 안 나오는 현실이 아쉬웠다.


 그러던 중 올림픽에 비보이가 종목이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예전부터 비보이가 올림픽 종목이라면 한국의 효자 종목일 텐데~ 하며 상상을 많이 했었다. 물론 지금은 한국이 소위 씹어먹는 그 정도의 시대는 아니지만 (중국, 일본 비보이 주니어들이 강세) 이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서 비보이 문화가 다시 인정받고 올림픽을 향해 새로운 제네레이션이 나오길 기대한다. 4년 뒤를 생각하니 벌써 설렌다.








작가의 이전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