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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Nov 17. 2023

모란공원

내가 살고 있는 남양주 화도읍에 모란공원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공동묘지이자 민주 열사 묘역이다. 수능일이 였던 11월 16일에 이곳에서 모란공원사람들이라는 모임에서 주최하는 탐방프로그램이 있어서 찾아가 보았다. 화도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모란공원에 와본적은 없다. 훌륭하신 분들이 묻혀있는 곳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공동묘지라는 선입견도 있고 무거운 분위기때문에 장례식장도 가길 꺼려하는 성격때문이다. 모란공원사람들은 2003년부터 시작된 지역주민들의 자원봉사 단체로 방치된 일부 열사의 묘역을 돌보며 추모제와 민족민주열사의 정신을 기리고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묘역도를 보며 내가 아는 분들을 찾아보니 전태일, 이소선, 노회찬, 박종철, 백기완, 문익환 분들이 보인다. 

집합시간에 늦으면 민폐가 될까봐 20분정도 일찍 갔더니 비오는 가운데 천막을 치시느라 잠깐 어려움을 겪고 계셨다. 사회자 조종고 역사교사 마완근선생님의 안내로 전태일 열사의 묘로 향했다. 묘역 앞은 약간 넓은 공간이 있어서 비가 더 많이 오기 전에 추모 공연부터 이어졌다. 민중 가수 이지상 님의 기차는 그 새벽을 떠났다라는 노래를 들으니 마치 그시절 하얼빈역에서의 사건이 눈앞에 펼쳐지는것 같았다. 다음으로는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시며 전통무용가 양혜경 님의 넋전춤이 이어졌다. 하얀 한복에 버선을 신으시고 비내리는 가운데 하얗게 센 머리칼로 춤을 추시는 모습은 우산을 쓰며 감상하는 나에게는 황송할 따름이었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이 적힌 법전을 들고 있다.  1970년 22살의 나이로 봉재공장 재단사였던 그는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이 적혀 있는 법전은 필요없다며 법전과 함께 산화하였다. 전태일 열사의 무덤위쪽으로는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무덤에서 아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에 유혹당하지 않으시고 이후 노동운동의 현장에 바로 찾아가는 노동운동의 대모이셨다. 이소선 여사의 삶은 아들을 잃기 전 41년과 잃은 후 노동운동에 헌신한 41년으로 나눌 수 있다. 

비가 쏟아져서 더이상의 참배는 못하고 박종철과 백기완 선생님에 대해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식전에 피워두었던 향불은 빗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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