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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딩 Aug 09. 2018

공황발작이 내 뺨을 때렸다

이새끼가 진짜

지난 일요일,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이유 없는 불안이 스멀스멀 내 등을 콕콕 쑤시더니, 어느 새 내 몸의 절반 이상을 덮은 것을 느끼고 얼른 집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귀가 길 버스를 탔는데, 갑자기 숨이 막힌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몹시 불안해졌다. 아까 그 불안함이 공황으로 커져서 높은 파도처럼, 지진처럼 나를 뭉개버렸다. 패닉에 빠져서 뭘 어찌해야 할 지 몰라 억지로 참았다. 참다보니 식은땀이 몸에서 나는게 느껴졌다. 나는 땀이 잘 나지 않는데 더워서도 아니고 불안해서 그렇게 식은 땀이 난 것은 너무 오랜만이었다.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정신을 잃지 않을까, 스마트폰을 켜서 네이버에 공황발작, 공황장애 단어를 검색하며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이미 내 얼굴은 눈물 범벅이었다. 조용히 울었다. 더 이상 몸이 공황을 버텨낼 수가 없었나보다. 


'응급차를 불러달라고 할까?' 가 머리 속에 가득찼다. 옆 사람에게 "저기 ..제가 지금 공황발작이 와서 응급차 좀 불러주세요."라고 하고 싶었다. 그냥 버스에서 내리면 되는데 왜 그걸 못 했냐면 '버스에서 내린다는 것'조차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좌절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나아진 것 같았다. 울음도 점점 멈추기 시작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창문 너머를 바라본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또 스멀스멀 불안이 내 몸을 덮으려고 하고 있었다. 무방비로 공격받고 또 고통의 반복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환각이 보였다. 버스가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향하는 승객들이 모두 비웃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환각이 잠시 보였다. 무서웠다. 환각 때문에 더 무서웠다. 백팩을 꼭 껴안고 억지로 버티며 얼른 도착지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잠시 고개를 들어보니 익숙한 장소가 보였고, 버스가 멈추고 사람들이 카드를 리더기에 찍을 때 겨우 내려야 하는 곳인 것을 깨닫고 헐레벌떡 내렸다.


내리자마자, 걸을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누가 툭 건들면 쓰러질 것 같았다. 가만히 서 있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가만히 있었다. 무서웠다. 스타벅스에서도 무서웠고 버스에서도 무서웠다.



병원에 가서 이 증세를 말하니, 공황발작이라고 했다. 

비상약이 있으니까 외출 할 때 꼭 챙겨야겠다고 느낀 한 주였다.

공황은 행복할 때도 갑자기 느닷없이 찾아온다. 진짜 눈치 없는 새끼다.

그리고, 사람 많은 곳에서 특히 자주 찾아오는 것 같다. 벗어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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