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짧은 생각 모음
1.
전남친때문에 생긴 트라우마와 이 개자식때문에 재발한 우울증을 치료받은지 1년이 지났다.
흔한 연인이 이별하면 생각하는 '다시는 사랑 안 할거야. 너때문이야. 너 없이는 다른 사람이랑 연애 못하겠어' 가 아니라 '내가 정말 사랑하던 사람이 나를 죽이려고 했어. 그리고 그걸 내 앞에서 말했어. 나는 사람을 더 이상 못믿어. 나는 사람에게 인간으로써의 기본적인 신뢰를 잃어버렸어. 너 때문이야.'가 머릿속에 가득.
긴 시간이 흐른 현재, 그 개자식 탓을 하기 싫지만 아시잖습니까, 말 한마디에 사람이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다는 걸요.
누군가는 왜 아직도 그 개자식에게 들은 폭력적인 말을 잊지 못하고 혼자 해결하지 못하고 징징대며 질질끄냐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그런 생각 할 수 있지요.
그러게요, 그 개자식의 입에서 나온 폭력적인 실언을 왜 잊지 못하고 혼자 되새김질을 하며 나를 괴롭히며 살고 있을까요. 솔직히 말할게요. 저도 모르겠어요. 한번 생각하면 계속 하게 되는 관성일까요?
살면서 수도없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만 했지 남에게 살해당할 뻔 했다는 생각은 한번도 못해봐서, 그에게서 실제로 동반자살 할 생각을 했다는 말을 들은게 나한테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해봤지만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네요.
후에 그는 그 발언을 그저 '실언'이었다고 말했지만요. 실언이 너무 폭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선생님. 교단 생활은 잘 되어가시나요. 저는 당신이 던진 말에 아직도 마음에 곰팡이가 피어있네요.
잊을만하면 너의 표정과 그 한마디가 떠올라서 오늘도 신경안정제를 먹고 잡니다.
2.
사실 저는 한국식 빈말을 굉장히 싫어해요. 한국식 빈말이란 '언제 한번 밥 먹자' 같은 기약없는 약속, 겉치레 인사를 말합니다. 나는 한국이랑 안 맞나봐요.
근래들어 친해진 친구가 있었는데 몇번 같이 밥도 먹고 놀다보니 재밌는 친구였고, 그 친구가 다음번에 맛집 가자고 하길래, 시간 언제 되냐고 물어보니까 본인 시간 될 때 알려주겠다고 한 이후로는 내가 계속 놀자는 제안을 거절당하고 있어요. 내가 무슨 말실수를 했을까, 내가 기분 상하게 하는 행동을 했나 되돌아보고 있어요.
내가 관계를 잘 못맺는 병신인게 티가 났나 그런 생각도 들고.
한번은 어느 날에 내가 어느 맛집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 친구는 영화봐야한다고 하더니 그 다음 날에 따로 가더라구요. 서운했어요. 많이요. 엄청요.
그래서 여자든 남자든 사람한테 마음주면 안되는구나...하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별로 신경 안 쓰던 한국식 빈말이 굉장히 싫어졌어요.
3.
요즘들어 '내가 생각해도 나같이 정신 불안정하고 못생기고 매력없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쓰레기야 같은. 거절당하는 것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요. 익숙해지지 않네요 만나자는 제안에 거절당할 때마다 슬퍼요.
4.
(사람을 사랑하는 의미의) 사랑은 휘발성이 강한 감정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냉소적이지만 그렇게 보이는걸요. 한순간에 (제한된 기간이 있는) 미쳐버리는 휘발성이 강한 감정같아요.
사람이 너무 싫어요. 역겨워요. 연기하는거 다 보여.
5.
최근에 연봉을 엄청 올리고 높은 직급의 조건으로 환승이직은 성공했는데, 퇴사할 회사에서 후임 구할때까지 못내보내준다는 뉘앙스로 말해서 깽판을 쳐아하나..하고있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너무 많이 당해서 저도 못참겠어요. 무능한 사람한테서 받는 차별과 따돌림이 너무 지치네요. 붙잡지마세요 나갈거예요 개자식들아.
6.
내가 안 태어났으면 좋았을텐데.. 다들 더 행복하게 살았을텐데 라는 확신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이미 심장은 뛰고 있는걸요. 적극적으로 인생 하직 시도하는 것도 이제 지쳤어요. 그냥 이제는 시간에 서서히 낡아가는 것도 괜찮겠지요. 사실 빨리 낡았으면 좋겠어요. 강아지가 보고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