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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딩 May 22. 2021

실패가 쌓이고 쌓이면

튼튼해져요. 아마도.  제발.

지루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아, 이건 브런치에 써야겠다고 해도 금세 잊어버린다.

한 문장이라도 메모를 해둬야겠다. 글도 쓸 수록 좋은 글을 만들 수 있으니까.


최근에 백수가 되었습니다. 백수가 된지 2주일 정도 되었지만 그냥 이대로 방황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하고 있어요. (돈은 벌어야겠지만요) 

20대에는 어느 곳에 속하지 못하고 겉도는 삶이 두려움으로 다가왔지만, 지금은 글쎄요 겉돌아도 괜찮으니 주어진 수명까지 한번 살아보고싶네요. 사실 어디에 있든 외부인인걸 인정하게 되었어요. 겉돌아도 괜찮아요. 튼튼해진걸까요. 모르겠네요.

아, 그리고 몇 달 전에 토마토와 상추를 심었어요.

토마토가 드디어 열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원예 전공을 했는데, 농사가 연애보다 더 재밌어요. 농담이 아니예요. 중년이 된다면 화훼농사를 하고싶어요. 


또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근래 처음 만난 남성한테 '직딩딩님 얼굴 정말 예쁜데 외모가 살에 파묻혀있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무례한 말인 걸 전혀 모르더라구요. 왜 사람들은 당사자 앞에서 남의 외모를 쉽게 평가할까요. 이 사람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저 사람 못생겼다, 살쪄서 역겹다 같은 뒷담을 종종 들었어요.

학생이 아닌 성인인데 본인이 하는 말의 문제점을 모르는걸까요.

아무튼 상대방에게 내 외모가 살에 파묻혀있다는 말을 듣고 저는 "살이 찌든 마르든 나는 내 외모 자체가 마음에 들고 예쁘다."라고 대답하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화제를 전환하더군요. 부디 본인의 무례함을 인지하기를. 못한 것 같지만요.

같잖고 무례한 걸로 상대방 깎아내리며 본인의 알량한 자존심을 높이고 갑의 위치가 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소한의 예의 지키는 상대방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며 산다면 저런 말은 못할텐데말예요. 멍청하긴.


앞으로 나한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내 30대는 어떠려나... 이제 기대하는 것도 귀찮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오려면 와라...알아서 처리해야지..하고 있어요. 20대의 수 많은 실패가 쌓여서 이렇게 튼튼해진걸까요.(튼튼해진건지 체념하게 된건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백수가 되었으니까 좀 쉬어야겠어요. 

오늘은 날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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