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직딩딩 May 29. 2021

상태가 좀 악화된 듯?

최근에 면접을 두 번 봤는데, 첫번째 면접은 최악이었다.

약 40분 정도 면접관 세 명한테 포트폴리오를 비판받고, 계속 나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못하고,

그들 중 한 명은 나에게 대뜸 "친구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는다. 너 친구 없지?의 의미를 담은.(착각이 아니였다.)

그는 "자기소개서를 보니 스트레스를 운동과 독서로 해결한다고 적었는데, 혼자 삭히나보네요, 친구가 별로 없나봐요?" 라고 묻는다. 침착하게 나는 "자기소개서에는 그렇게 기재하였으나 깊게 친한 친구가 있으니 그들에게 고충을 털어놓습니다."라고 답변했지만, 정말 불쾌했다.

수습기간은 없고, 3개월 단기 계약직 이후에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말하던데, 이것부터도 의심스러웠다.

나이도 서른인데 애매하게 나이가 있다고 하고, 경력이 있지만 신입으로 치겠다고 후려치는 건 덤이다.

그렇게 처음 보는 남자 셋에게 정신적으로 달달 볶이고 그 회사를 나왔고, 지하철 개찰구 구석에서 한참동안 멍하니 서서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다. 내가 뭘..잘못했다고 이런 대접을 초면에 당해야하지? 요즘들어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다들 무례한걸까. 쓸데없는 자기연민은 그만하고 다음 면접을 준비를 하려고 했지만 어쩐지 억울한 감정이 드는 건 무시하기가 좀..힘들어서, 터덜터덜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쓰러져서 미친듯이 울다가 잠들었다. 

(그 전에 정신차리려고 비상약을 먹고 잠들길 잘했다.)


두번째 면접은 첫번째 면접과 너무 비교되게 정말 보통의 평범한 면접이었다. 

여기는 정말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할 정도로. 결과는 다음 주에 알겠지만.


아무튼 나는 코로나보다 우울증으로 죽을 확률이 정말 높다고 느끼고 있다.

옛날이지만 신종플루 유행 당시에도 신종플루는 걸리지 않고 우울증 때문에 자살할 뻔 했으니 말 다 했지 뭐.


이런저런 일로 인해.. 스트레스 때문에 언어쪽 뇌가 고장이 난 것 같다.

일본어로 매일 통화하고 라인 연락하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점점.. 내가 일본어로 문장을 완성해도 이게 맞나? 의미가 잘 전달될까? 하는 의심을 계속 해서 번역기도 돌려보고 사전도 찾아본다. 그러다보니 대답이 느려지고.. 악순환이다. 얘한테 너무 미안하다. 

통화 할 때도 뭐 말은 다 하는데 발음이 틀릴 때가 잦아져서 좀...신경쓰인다. 남자친구는 직딩딩 갑자기 왜 일본어 공부를 하냐며 지금도 술술 잘 말하고 있다고 하면서 별 신경 안 쓰는 것 같지만.. 내가 신경이 쓰인다.

이것도 병의 증상일까해서 오늘 마침 상담일이어서 선생님에게 말씀드려보니 불안때문에 뇌가 살짝 삐걱거리는 것 같다는 말을 하셨다. 명상호흡을 권하셔서 명상에 집중하기로 했다. 뇌를 고쳐야한다.


이제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숨이 막힌다. 마스크 때문에 숨이 막히나 했는데 그것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진이 빠진다. 뭐 10대 20대 때도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였는데 지금은 정말 싫다. 

정말 필요해서 사람 많은 곳에 가야한다면 비상약은 필수로 들고 다녀야한다. 


뭔가 나는 기본값으로 고장이 난 생체기계같다. 고장난 부품을 의사 선생님과 같이 고치고 있지만, 장기간 앓고 있는 우울증 때문에 내 안의 부품이 녹이 슬었고, 엔진의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게 느껴진다. 

다른 평범한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는 갈고 닦은 껍데기를 뒤집어 써서 아무도 내가 정신병걸린 미친년인걸 모른다. 본인 옆에 정신병자가 있는 걸 눈치도 못채는 거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예를 들면, 회사에서 어떤 직원이 다른 직원 험담을 할 때 "저 사람 정신병자같아"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라거나. 직원 옆에 내가 있는데 말이다. 틀렸어. 정신병자는 저 사람이 아니라 나야 멍청아. 

아무튼, 병원을 다니면서 어떻게든 정신이 침식되지 않게 유지하고 버티고 있지만 그냥 직감으로 죽을 때까지 평생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번거롭네.


그리고 요즘, 이전 회사에서 월급이 입금되지 않아서 노동부에 신고를 했다.

역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기꾼 대표답게.. 근로감독관도 속여서, 감독관에게 사기꾼 기질이 있으니 속으면 안된다고 전달했다. 거래업체에서 돈을 받지 못해서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겠다니 이게 무슨 헛소리일까.

근로감독관과 회사대표 그리고 내가 삼자대면을 할 예정인데, 원래 나는 맨 처음에 형사소송을 하려고 했지만 증거도 만들 겸(난 어차피 지금 백수니까^^) 천천히 대표의 올가미를 조이고 있다. 

삼자대면 단계에서 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형사소송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얼마 안 남았다.

근로자에게 지급할 돈이 없으면 사업을 하지 마세요... 대표님 사기죄로 고소 당하고 빵에 들어가고싶으신걸까.. 어딜 능구렁이처럼 이리저리 피하면서 도망다니면서 사업을 해요..


아무튼 이런저런 사건으로 사는게 너무 피곤하지만 어떻게든 버텨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가 쌓이고 쌓이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