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요?
이직한 회사에서의 나는 직급이 매니저가 되었고, 회사의 웹 관련 모든 업무를 맡게 되었다.
입사한지 일주일만에 주말근무를 해서 이거 좀 너무한데? 이번에도 이직 실패인걸까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압박 때문에 그런거니까..
근데 내가 거쳐온 회사의 특징이, 일이 힘들면 동료들이 괜찮고, 일이 쉬우면 동료들이 좀...이상하다. 물론 일이 힘들고 동료들도 또라이인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 회사는 전자에 해당한다. 일이 힘들지만 동료들이 괜찮다. 업무는 많지만 내가 버틸 수 있는 정도여서, 회사도 가깝기도 하고 회사에서 허락한다면 되도록이면 오래 버티려고 한다.
주요 클라이언트가 공공기관인데 근무한지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공무원 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만일 내가 예전에 경찰이 되었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잘 살고 있었겠지만 좀 많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 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지만 본인의 일에 열심인 구성원들이 있는 회사를 원했는데 그 회사가 지금 다니는 회사같다.
억지로 수직적인, 위계질서 가지려는 조직에서 버티라고 하면 버티겠지만 나는 아마 나를 많이 마모시키면서 생활을 하고 있을 게 뻔하다.
그래서 법률직 혹은 공직 사회에 들어갔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거다. 이미 기존에 법률직에서 일을 해봤는데 되돌아보니 사무장들의 어줍잖은 군기잡기와 변호사들의 꼰대질, 기강잡기에 이미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죽어있었네. 누군가를 모시는, 서포트 하는 일보다 주도적으로 총대메고 내 할일 처리하는 포지션이 나랑 더 잘 맞는다. 이걸 깨닫기까지 몇년이 걸렸더라, 굉장히 오래 걸렸다. 니들만 자존심 있냐 나도 있다 이놈들아.
뭐 아무튼 너무 바쁘지만 근래들어 꽤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자기 전에 애인과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오늘은 상담일이었고, 선생님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말을 전했다.
요즘은 상태가 많이 나아져서 그런지 선생님과의 상담이 평범한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 같다.
오랜만에 다시 정상적인, 일상이 버겁지 않은 상태로 돌아왔으니 힘은 살살 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