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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딩 Mar 12. 2021

회사탈출기

미친 회사의 미친 고인물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투쟁에 성공

오늘 퇴사했다.

그리고 하루종일 상사한테 시달렸다. 

퇴직서류 중에 회사 건의사항 항목이 있었는데 거기에 낮은 임금, 휴게공간 부재, 업무에 비해 적은 인원 등등을 기재했더니 상사가 자기 방으로 나를 부른다.

그리고 화를 낸다. 장난하냐고, 퇴사 당일이니까 막 나가는거냐고.

하나하나 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나에게 화를 낸다. 나는 그냥 이 상황이 어이가 없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건의사항을 전부 지우라는 의미로 이렇게 화를 내는 건데, 우스운거다. 

이렇게까지 미친회사일 줄은 몰랐다. 팀 이미지 깎이기 싫다는거지. 


그리고 생각이 일차원적이라고 비난을 한다.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를 알고 있냐면서 온갖 훈계를 다 한다.

세상은 좁으니 어디서 만날 수 있다는 흔한 멍청한 사람들의 협박도 들었고. (그렇지만 이 상사는 굉장히 무능해서 업계에서 만날 일은 없다. 장담하면 안되지만 이것만은 장담할 수 있다.)


이런 건의사항은 집에 돈이 많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쓰는 내용이라고 또 화를 낸다.

그리고 친하게 지내던 직원의 험담을 한시간 정도 한다. 그 직원은 태도가 불량하다며, 일을 잘 안 한다며.


이 회사는 뭐랄까..멍청한 사람들이 많다는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상사가 자기 아랫사람의 아첨을 듣다보니 본인의 말이 전부 옳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생각이 일차원적일까, 당신이 아닐까?


누가 먼저 퇴사하겠다고 말하고 그 짧은 시간(한달) 안에 이직처를 찾지? 그게 왜 의무지? 오히려 당신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를 이기적인 년으로 몰고 가는 태도가 너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스운 건 나한테만 이런다는 것. 본인이 예뻐하던(사내정치 하는)사람이 퇴사할 때는 정말 군말없이 보내줬는데... 이제 퇴사했으니까 더 이상 말도 하고싶지도 않고. 

이 회사는 왜 나를 이기적인 병신 취급을 하지? 내 의견을 말했다는 것 자체가 괘씸하다는 태도로 나오는 게 너무 우스운 것이다. 감히 내 말에 토를 달아? 같은 느낌.


상사야, 당신 회사 밖에서는 그냥 흔한 중년인 거 모르지는 않을텐데.



친하게 지내던 직원들이 굉장히 아쉬워한다. 짐 싸는 거 보던 직원, 다른 직원들도 좀 글썽이던데 마음에 걸린다. 어느 회사를 가든 항상 이상한 사람들만 만나다가 이런 동료들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도 나도 조금이라도 평안한 회사생활이 되기를.


이직할 회사에 입사할 생각 하니 좀 걱정이 된다.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지말고 일단 할 수 있는 업무부터 하기로 했다. 괜찮을거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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