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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빛속에서 만난 황금빛 도시

by 파묵칼레

브뤼셀 여행은 오랫동안 품어온 나의 바램이었다. 늘 가보고 싶던 도시여서인지 낯섦이 환희로 다가왔다. 비 내리는 브뤼셀을 우산 쓰고 걷는것 조차도 낭만으로 차 나의 맘을 깊이 뒤흔들었다.


광장으로 가니 삼삼오오 여행자들이 모여들었다. 옛 영화에서나 봄직한 화려한 역사적 건축물에 둘러싸여 있었고 광대한 도시광장 풍경앞에서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이곳은 빅토르 위고가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광장’ 이라고 칭송한 그랑플라스 광장이다. 벨기에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브뤼셀 중앙에 위치하여 정치, 경제적으로 중심지 역할을 해온 장소이다.


15세기 초에 세워진 시청사와 왕궁을 비롯하여 초콜릿 박물관, 맥주 양조업자 길드하우스 등 예술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건축물들이 중앙에 자리하여

그 자체로 광장을 찬란한 무대로 빛나게 한다.


시청사는 당시의 브라만트 공작의 막대한 권력을 바탕으로 고딕양식으로 화려하게 지어졌다. 420개 계단을 오르면 첨탑전망대에 닿는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첨탑 꼭대기에는 황금으로 조각된 미카엘 천사상이 여행자들의 안녕을 빌며 굽어보고 있다. 시청사 내부는 여름에나 볼 수 있고 지금은 결혼식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 중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벽면에 황금장식이 번쩍번쩍 호화찬란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바로 브라만트 공작의 집이라 하는데 당시 브뤼셀은 브라만트 공국의 수도였단다. 지금은 건물 내부에 초콜릿 박물관이 있어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시청사 맞은편에 있는 왕의 집은 개인소유였으나 샤를 5세가 청사로 사용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왕이 머물렀던적은 없단다. 한때 세무서와 감옥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브뤼셀 시립 미술관으로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17세기 유럽 상인들이 모여들었고 여러 길드하우스가 세워졌다. 그중 권력이 강한 동업조합만 그랑플라스에 자리 잡았다.


고풍스럽고 화려한 길드하우스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방직 길드였다. 이를 통해 벨기에가 직물 산업을 기반으로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켰음을 엿볼 수 있다.


현재 길드하우스에는 유명한 초콜릿 판매장이 들어서 있다. 세계 최고 장인의 수준을 자랑하는 초콜릿 나라답게 왕실의 인증을 받은 ‘노이하우스’ 에서 직접 맛도 보고 선물도 샀다. 달콤하면서 쌉쌀한 풍미가 매력적이었다. 그 외에도 ‘메리’, ‘고디바’ 등 초콜릿 명소들이 즐비하게 광장을 채우고 있다.


맥주 양조업자의 길드하우스는 맥주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백조상이 있는 길드는 고급 음식점과 호텔로 바뀌었다. 그외 다른 길드하우스들도 카페나 은행,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길드하우스의 장식이나 문양, 꼭대기의 동상이 황금색으로 도색하고 외벽을 화려하게 치장하여 광장이 황금빛으로 찬연하였다.


복잡하고 좁은 골목 골목길을 따라가서 오줌싸개 소녀상을 보았다. 오줌싸개 동상의 대위법으로 세워졌다. 이 동상 설계자는 남자와 여자의 평등을 회복하는 의미에서 여성적 대응물을 만들었단다.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전혀 흉하지 않고 소박함이 있었다.


소녀상 앞 분수에 던지고 가는 동전은 암 퇴치 연구에 쓰인다 하니 뿌듯하다.


시청사 왼쪽 길을 따라 걸어갔다. 옷자락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누워있는 동상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1300년대 브뤼셀 시민의 영웅 에베라스트 세르클래스의 와상이다. 브뤼셀이 외적의 침입을 받을 때 그는 싸우다가 적에게 잡혀 혀를 뽑혀 죽임을 당하였다. 분노한 시민들이 봉기하여 결국 전쟁에서 이겼다한다.


그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이 동상은 행운이 온다는 속설로 너도나도 한 번씩 쓰다듬어 반짝반짝 윤이 나고 있었다.


촉촉이 젖은 구시가지에 들어서니 거리에 온통 와플과 감자튀김 냄새가 진동한다. 브뤼셀은 와플의 본고장답게 감자튀김, 초콜릿에 이어 자부심 넘치는 와플 맛집이 지천에 있다.


우리는 입소문 난 WAFFLE FACTORY에 들어갔다. 좀 일러서인지 빈 테이블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와플을 제공하는 전문점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나는 플레인 와플을, 딸내미는 누텔라 초콜릿 소스 위에 바나나를 올린 와플을 주문했다. 커피와 곁들인 따뜻한 와플의 맛은 어디에도 없다. 토핑도 다양하여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와플 향을 입안 가득 담고 오줌싸개 동상(만네켄 피스)을 찾아갔다. 돌로 다져진 좁은 길에서 세월의 유구함이 묻어났다. 유럽의 이런 道가 그리워 유럽을 여행할 때도 있다.


처음에는 60cm의 작은 동상이 왜 벨기에 대표적 상징물인지 의아했다. 프랑스 루이 15세가 이 동상의 약탈을 사과하는 뜻으로 프랑스 후작의 의상을 입혀서 돌려보낸 것을 필두로 국빈들이 벨기에 방문 시 의상을 가져오는 것이 관례가 되었단다.


지금도 의상을 주기적으로 갈아입힌다. 이것은 복제품이고 원본은 브뤼셀 시립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오줌싸개 동상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 보고 좀 이해가 안되었으나 오랜 전통을 이어온 상점마다 동상 조각상이 즐비한 걸 보니 브뤼셀 사람들이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비가 그쳤다. 한결 상쾌해졌고 미술관 앞에는 마그리트 동상이 고고하게 서있다.


마그리트는 벨기에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화가로서 일상에서 접하는 친근한 사물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현실감각을 뒤엎어 팝아트라는 새로운 사조를 창출해 낸 화가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고립된 물체 자체의 불가사의함을 끄집어내는 듯한 독특한 세계를 , 말과 이미지 사이의 애매한 관계를 둠으로서 양자의 괴리를 드러내 보이는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마그리트 작품에 상징적으로 등장한 물건들은 파이프, 모자, 사과 등은 우리가 흔히 접한 익숙한 것들이었다.


중절모는 인간의 정체성을 가리는 상징으로, 사과는 유혹, 금지된 열매, 지식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마그리트의 색채 미학은 미국의 유명한 심슨 가족에도 차용될만큼 영향력이 컸다. 영화와 온라인 비디오게임 등에 다양한 매체가그 이미지를 빌려 쓰며 대중적인 화가로 명성을 얻었다.


마그리트 작품은 광고, 음악,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오마주되며 작품에 상징적 이미지에서 창작의 영감을 얻게 하였다.


마그리트의 주옥같은 작품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그림이었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좀 심오하고 난해하나 생각에 생각을 불러 모으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화이트 와인 홍합찜, 감자튀김, 와플, 초콜릿 까지, 비 내리는 브뤼셀 시가지를 걸으며 즐긴 벨기에의 음식문화를 탐색은 매우 즐거웠다. 특히 홍합찜과 감자튀김은 환상의 조합이었다.


고색창연하면서 화려한 건물들이 주는 감동, 찬란한 예술, 미로 속 같은 골목에 전통적인 멋을 간직한 보물 창고 같은 도시 브뤼셀은 나의 기대를 넘어선 여행지였다. 비가 내려 한 층 더 운격을 더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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