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프로젝트 관리, 커뮤니케이션까지
외국인투자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했던 업무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업무의 근간이 되는 산업/기업 조사 및 분석(Research & Analysis)과 실질적으로 잠재적 투자자(기업)와 관계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프로젝트 관리(Project Management) 업무입니다.
1. 산업/기업 조사 및 분석(Research & Analysis)
국내의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A국의 투자 환경을 알리려면 양국의 산업과 그 시장에 대한 자료 조사와 분석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A국과 국내 기업들 간의 비즈니스 매칭 혹은 협업 포인트를 파악하고 가장 매력적인 전략 산업(The strategic sector)을 설정하는 단계가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반도체(Semiconductor), 자동차(Automotive), 인공지능(AI), 바이오(Biotechnology), 친환경(Green economy)등으로 나누어 각 국가 간 경쟁력이 있는 산업 위주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이를 테면 아래와 같은 세부 기준을 두고 양국의 각 산업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합니다.
1. 산업 현황(GDP 대비 수출입 비율, 수출/수입 비중이 큰 교역 상대국, 외국인 직접 투자 현황)
2. 정부 정책(해당 산업에서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 보조금, 인센티브, 지원 프로그램 등)
3. 주요 기업(규모, 제품 및 기술, 해외사업 진행 상황 등)
해당 업무는 월, 분기, 반기 보고서를 작성하고 추후 잠재적 투자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컨택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잠재적인 투자자 발굴 : 타깃 오디언스 정의
산업 및 시장 리서치가 전체적으로 투자 유치 프로젝트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라면 다음은 잠재적인 투자자를 발굴하기 위한 리서치 세분화 단계입니다.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할 때, 미래에 A국가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타깃(Target)이라고 칭한다는 맥락에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소셜미디어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는데, 세일즈 프로세스나 마케팅에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장 효과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잠재 고객층(Target Audience)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개념을 배운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사실 업계에 계신 분들에게는 너무 기본적인 개념이죠 허허)
따라서 FDI Analyst도 A국의 외국인 투자 환경을 하나의 비즈니스 제품, 서비스로 보고 국내의 잠재적 투자기업을 리스트업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추후 타깃을 직접 컨택하고 여러 가지 방향의 파트너십,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함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전략 산업을 다시 세부적으로 나누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잠재적 투자 기업 리스트를 구축한다'라고 하면, 광범위한 반도체 산업을 다시 분류하는 것이죠.
-파운드리(Foundry)
-테스트/패키징(Testing&Package)
-설계(Design)
-제조(Manufacturing)
-장비(Equipment)
-소재(Materials)
-검사(Inspection)
광범위한 전략 산업을 세부적으로 나누었다면 이후 본격적으로 잠재적 투자 기업을 리스트업 합니다.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업력, 매출, 최근 3년간 매출 성장률, 규모, 상장유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 진출/계획 유무, 대륙별 진출 현황, 조금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A국가의 주변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의 유무를 체크하기도 합니다.
2. 프로젝트 관리 (Project Management)
애널리스트로서 두 번째 중요한 업무의 축은 프로젝트 관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저와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같은 회사의 동료들과 자주 화상 미팅도 하며 투자 트렌드나 현황, 기업과 관계 구축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곤 했습니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리서치와 기업 분석 업무는 대부분 혼자서 진행해야 하는 일인 반면, 나머지는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현재 업무의 프로세스를 체크하기도 하고 방향성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물론 매주 본사와 미팅을 통해 자주 업무 피드백을 받고 체크를 합니다만)
보통 프로젝트 관리는 제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개발 팀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FDI Analyst에게도 각 투자 유치 프로젝트의 목표를 달성하고 업무를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 관리 업무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타임라인 대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순서와 업무의 시퀀스(시간적 순서)를 고려하여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업무의 시퀀스'라고 하면 저는 파도를 타는 서퍼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정해진 업무가 있더라도,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오는 안건은 즉시 처리하고 시간이 걸리는 업무는 오래 지켜보며 처리하는 식입니다. 일의 논리를 따라서 유연하게 파도를 타는 것이죠.
아래는 제가 당시 개인 블로그에 생각나는 대로 써놨던 메모입니다. 뭔가 리서치 과정에서 기준점이 명확하지 않아 애를 먹었나 보네요(^^) 그리고 스스로 칭찬하는 법을 배웠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