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시작하는 밀가루 끊기
부쩍 식단에 관심이 늘어난 요즘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을 향해 잡지식을 모은 게 무의식적으로 분출된 바람이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식단을 급격하게 바꾼 적이 있었지.
환경을 살려보겠다고 당차게 비건식에 도전했다가 어물쩡 돌아온 게 벌써 3년 전. 고작 한 달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변화가 생겼다. 성분표를 습관적으로 들춰본다거나 밖에서 음식을 시키기 전에 한 번쯤은 고려한다거나. 이건 성격 몫도 있다. 원체 꼼꼼히 따지고 들길 좋아하니까.
그러다 저번 달, 비건을 꾸준히 실천해 온 친구를 보았다. 첫 감상은 신기함이었다. 맥주 중에서 카스만 비건의 카테고리에 포함이란다. 보리, 밀가루, 알코올로 이루어진 조합인 줄 알았건만. 그리고 은근한 자극을 받았다. 아, 나도 다시 비건식 도전해볼까.
원체 건강식을 즐기긴 했다. 채소나 과일을 매일 먹고, 고기를 좋아하지 않고, 인스턴트도 즐기지 않는다. 배달비 개념이 생긴 후로 자발적으로 시켜 본 배달음식도 없다. 외식도 거의 안 하고, 포장해서 싸들고 오지도 않는다. 스스로 건강을 망치기 싫었다.
그래서인가. 생각보다 처음 도전했던 비건식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체중이었다. 당시엔 요리를 거의 안 했고, 할 의지도 없고, 사 먹지도 않다 보니 입에 들어가는 영양분 자체가 적었다. 안 그래도 살이 없는데 이마저도 쪽 빠질 판이라니.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그만두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긴 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얼결에 채소 넣고 밥 넣고 볶아서 한 끼를 잘 때우니까.
이쯤에서 비건식을 실패한 또 다른 이유가 나온다. 필요성. 환경 파괴로 후대가 살기 어려워진다는 말엔 별 감흥 없었다. 마음이 동했던 건 동물들 때문이다. 절벽 같은 산에서 적응하며 살던 애들도 기후 변화 때문에 삶이 더 척박해진 다큐를 보고서 외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음이 금방 해이해진다. '반드시 하고,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강제의 무게가 상당했다. 무작정 행동 교정부터 들어가면 대의고 뭐고 뭣도 아니게 된다.
중요한 건 생각을 거치는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 나에게 필요한 것, 내가 이유를 말할 수 있는 것. 일례로, 나는 나무젓가락이나 종이컵은 웬만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이건 환경을 위한다는 인식보다 쓰레기를 꼴 보기 싫은 마음이 우선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확실하기 때문에, 그리고 편의를 참는다는 착각도 없기에,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다.
이 생각으로,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식단을 도전해본다.
늘 속이 안 좋다. 속 편한 사람들은 알까. 위장 약한 사람들은 숨쉬기도 불편하다는 걸. 신트림이 올라오고, 배에선 시도 때도 없이 꼬르륵 소리가 난다. 요령도 생겼다. 어떻게 호흡하면 이 소리를 정적 속에서 숨길 수 있는지.
원인을 알긴 한다. 너무 많이 먹던 고삼을 지나 혼밥 하는 돈이 아까워 한 끼에 하루치를 몰아먹던 스물 하나. 밥도 빨리 먹는 편이었다. 성질이 급해서. 2년쯤 지나자 위장 망가진 걸 슬슬 느꼈는데, 식습관을 크게 개선하지 못했다. 자고 깨는 수면 리듬이 나빠지면 나빠졌지.
여기에 가장 큰 문제. 밀가루를 엄청나게 먹는다. 라면 다음으로 터득한 요리가 파스타였다. 그다음이 김치 칼국수. 음식을 따라 만든 적이 거의 없는데 그나마 해본 게 마제 소바, 김치 소면, 간장 국수였다.
그렇게 지금. 답답한 명치끝과 가슴이 조이는 느낌은 어느 때고 함께다. 약에 의존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아서 직접 습관을 바꿔보려고 한다.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기까지 하는 밀가루를 끊어내려고.
빵, 케이크, 떡볶이, 밀가루 면.
골칫거리 5종 세트부터 끊기로 한다. 그래서 오늘 저녁. 냉장고를 정리하다가 발견한 부추와 집에 있었던 것 같던 감자를 떠올려 부추 감자전을 해 먹었다.
처음 해보는 부침개라 양 조절을 못했다. 기름도 원래 이렇게 흥건한가. 키친타월로 닦으면서 먹었다. 혼자 먹기엔 너무 많나, 했는데 다 해치웠다. 청양고추를 넣은 덕에 꿀떡꿀떡 넘어갔다. 어느 건 맵고, 어느 건 삼삼하고, 복불복이긴 했지만.
내일은 점심은 약속이 생겨 밖에서 먹는다. 메뉴 얘기하자마자 밀가루 끊기를 시작했다고 말한 덕에 훠궈 집으로 간다. 저녁에 뭐 먹을지 고민해야겠다.
재료: 감자, 부추, 소금 세 꼬집
1. 감자를 준비해(사진 기준 4개) 강판에 간다
2. 부추를 한 움큼 집어 썬다
3. 큰 볼에 감자와 부추를 넣어 섞는다
4. 기름을 두르고 중약불에 굽는다
5. 작고 약간 도톰한 크기로 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