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를 보내기

쉽지만 생각보단 쉽지 않은

by 호단

꼼짝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요즘이다. 외출을 최대한 삼가고, 가족 간 접촉도 최대한 피하고. 그러다 보면 자유로운 활동 영역은 내 방으로 국한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두 개다. 1) 이 비좁은 공간에서 2) 생산적으로 하루를 보내기. 전자만 충족하기는 편하다. 하루 종일 핸드폰이나 컴퓨터, 아이패드를 붙들고 무언가를 보고 클릭하고 듣고 클릭하고 읽고 클릭하기를 반복하면 되니까. 그러나 하루 끝에서 '오늘 뭐했더라?' 스스로 물었을 때, '뭐했지?'라고 되묻기는 싫다. 강제로 집 안에 있다고 한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벌써 삼월 중순이다. 지금 뭐라도 해야 한다고 조급함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못한다고 못 박기보다 주어진 조건에서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는 의미다. 달고나 커피며 1000번 저어서 만드는 계란 프라이며 뭐라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뭐라도 하는 것처럼. 세상을 탓하고, 남을 탓해봤자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감정만 갉아댄다. 내가 혼자, 방 안에서, 시간을 잘 보내온 사람이라 꿀팁을 전수하겠다는 대단한 의지로 적는 글은 아니다. 그러고 싶은 사람이긴 하다. 별 거 없지만 이 시점에선 별 거 없는 활동이 가장 도움된다고 믿기에,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독서

서두 따라 읽어오다가 첫 번째부터 의지가 뚝 꺾이는가? 사람 말은 끝까지 보시라. 꼭 어떤 지식이나 정보를 얻는 인문학/사회과학/역사/예술 같은 전문 서적을 읽을 필요는 없다. 물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을 종류이니까 심심해서 뭐라도 하고 싶은 이 시점에선 도전해 볼만 하다. 소설책도 괜찮고, 심지어는 어린이 동화책도 은근한 재미가 있다. 동화책에 일러스트가 있어서 전시회 왔다고 생각하며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만화책이나 웹툰도 좋다. 하나 붙들고 정주행 하면 게임 못지않게 엄청난 집중력을 발산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읽고 있는 몇 가지를 추천한다.


장편소설

에이미 스튜어트—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단편소설

권여선—희박한 마음

한강—작별

한강—회복하는 인간


비소설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총보다 강한 실

영주 닐슨—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투자의 법칙


만화

약속의 네버랜드


그럼 어떻게 볼 것인가. 도서관은 문 닫은 지 오래이고 서점에서 책을 사 오기도 께름칙할 것이다. 답은 온라인. e북으로 구매해서 보면 된다. 대학생들은 학교와 제휴된 사이트에서 우선 찾아보기를 권한다. 네이버, yes24, 원스토어북스 등 다양한 사이트에서 e북을 제공한다.




2. 영화

영화관에서 보기 어려울지라도 집에서 보는 것도 나름 쏠쏠하다. 혼자 각 잡고 보면 주변에 방해받을 일 없으니 집중도 잘 되고. 그래서 영화 몇 편도 추천해 본다.


블루 재스민

: 스토리보다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좋음

오션스 8

: 한국 영화 도둑들과 비슷한 소재인데 훨씬 재밌음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 세 여성이 펼치는 야망과 욕망 싸움

스파이

: 한국 영화 말고 외국 코미디 액션 영화 초반은 지루하지만 주인공이 임무 맡고부터 배 아프도록 웃게 됨 영드 미란다도 나오는데 말 다한 거 아닌가

헝거게임:판엠의 불꽃

: 제니퍼 로렌스 연기가 스토리를 완벽히 이끌고 감 후속 편은 몰라도 1편은 추천




3. 공부

이 시기에 공부가 웬 말인가 싶겠지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심심하면 공부도 재밌다.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라면 더더욱.

아이폰 사용자라면 Itunes U에서 다양한 분야의 대학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개중엔 유료인 콘텐츠도 있고, 영어가 많긴 해서 장벽이 있다는 게 단점. 수능 끝나고 보지도 않았을 ebsi 강의도 의외로 관심사만 맞다면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다. 역사, 물리, 언어, 지구과학 등. 하라고 시키면 하기 싫어도 스스로 찾아서 하면 할 만한 게 공부다.

또, MOOC이라는 강의 사이트도 정말 많은 강의를 제공해준다. 물론 방대한 자료는 언제나 영어로 되어있다는 점.

이번 기회에 영어 공부를 다시 하는 것도 좋겠다. 유튜브만 봐도 얼마나 많은 영어 선생님들이 계시는가. SOPHIE BAN 선생님 채널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구체적인 상황(서브웨이에서 주문할 때, 사과할 때, 호의를 거절할 때 등)에 맞는 영어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신다. 이 분의 딸 리아와 아리가 짧고 간단한 영어를 설명해주는데, 미국 초등학생이 가르쳐 주는 것이라 오히려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다. 어머니의 능력을 물려받았는지 표현력이 정말 좋다.


ebsi

http://ebsi.co.kr

MOOC

https://www.mooc.org

SOPHIE BAN

https://www.youtube.com/channel/UCam5BTX9qo6Lf9itKcfhXEQ

LeahAri Playz

https://www.youtube.com/channel/UCPch1NgLwatFDE4ThRNe98A




4. 기록

오늘 하루 나름대로 무얼 하며 보냈다면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두길 추천한다. 글이든 그림이든 스티커든 종이를 오려 붙이든 마음껏, 아무렇게나.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는 사람일수록 중요한 작업이다. 느낌은 순간적이고, 순간은 흐릿해진다. 그러나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든 내 감정을 다시 꺼내볼 수 있다. 물론 이런 과정을 이미 거쳤거나 거치지 않아도 충분히 스스로 안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거다. 그래도 모든 일이 지나고서 눈으로 확인할 무언가가 남아있다면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꽤 뿌듯해하지 않겠는가. 답답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발전을 꾀한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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