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4명 이상 모이면 정신을 못 차린다. 한 사람 한 사람 말에 귀 기울이다가 서로 다른 주제를 떠들면 정신이 멍해진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언어는 좋아한다. 자연과 물질보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사람들은 정말 못 믿겠어."
그런 생각으로 방에 앉아서 외국어 공부를 하곤 했으니 늘지 않았다. 말할 일도 많지 않은데 왜 이렇게 바둥대며 손에서 놓지 못할까 궁금했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 싫다면서 끊임없이 사람들 이야기를 탐색하고 있었다.
책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내 가슴에 못을 박았다.
"넌 이런 글 못 써. 방구석에 처박혀서 책만 읽고 있는데 뭘 알겠니? 경험이란 걸 해야지. 그리고 결론적으로 넌 사람을 싫어하잖아. 사람 싫어하는 애가 무슨 글을 쓰니?"
'경험하지 못했다고 글도 못 쓰냐? 그럼 SF 쓰는 사람들은 우주에 다녀왔다니?' 하고 싸우려다가 말았다. 나의 경험이 미천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난 글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내 손은 끊임없이 끄적거리고 있었다. 마음에 닿는 글귀는 꼭 옮겨 적어야 마음이 정리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울고 웃었다.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쓴 물이 되어 끊임없이 머릿속을 타고 흘렀다.
이제 용기 내어 어리숙한 글이지만 글을 쓰면서 한 글자 한 글자 나를 알아간다. 내 속마음을 깨닫는다.
아, 내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구나. 열심히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하는구나.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꿋꿋이 자신을 지켜가는 사람들을 보면 행복하구나.
나에게 글쓰기는 그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나약한 사람이지만 맑은 마음 하나를 지키고 싶은 나에 대한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