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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려 Aug 16. 2022

마음의 온도


일 년은 365일,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도

어떤 우연일까? 신이 좋아하는 숫자일까?


코로나로 어디를 가나 체온을 재야 했던 날들

내 체온은 32도를 맴돌았고 어느 날은 저체온으로 측정 불가

온도계를 보며 내가 사람의 탈을 쓴 뱀이 아닐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병원에 가니 의사가 물었다.

“지금 통증이 1에서 10 중 어디쯤 되세요?”

1인 통증은 하나도 안 아픈 건가? 그럼 10은 어떤 아픔인가? 이러다 죽겠구나 했던 시간을 되새겨 본다. 고열로 병원에 입원했던 때? 아이를 낳던 마지막 진통? 현재의 통증을 숫자로 환산하다 의사와 눈이 마주쳤다. 그것도 하나 빨리 못하냐는 재촉에 ‘5요,’ 했다. 내가 좋아하는 숫자도 신의 숫자 앞자리 3인데 얼떨결에 5를 댔다. ‘네에~,’ 그제야 만족한 의사가 처방전을 쓴다. 약국에서 약을 받아보니 내가 댄 숫자만큼 알약이 5 개다.


숫자는 편하다. 명쾌하다. '10시야' 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에서 나와 10시에 모인다. 그렇게 사람들 마음을 쟀으면 좋겠다.

기쁘다를 0에서 10으로 나누고 행복하다, 슬프다, 화가 난다 등등의 감정을 모아 다시 11가지로 분류하고 도표를 그리면 마음의 온도는 조 단위, 경 단위로 분류되겠지.

과학자들이 머리를 모으고 모아 답을 내놓을 거야.

“요약을 하고하고 해서 감정을 1000개로 나눕시다.”


앱을 하나 만들어 볼까?

오늘 상태를 입력하자. 0에서 10가지를 열 번 정도 고르고 나면 마음의 온도가 측정된다.

오늘은 10. 1 도. 그 숫자를 누르면 주르륵 처방전이 뜬다.

“무기력하시군요. 친구들을 만나 클럽에라도 가보세요. 웃고 떠들다 보면 삶의 활력을 찾으실 거예요.”

오늘은 778.8도.

“옥시토신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이나 친구를 찾아 목 놓아 울어보세요. 그럴 수 없다면 집안에 누워 있던 곰인형이라도 끌어안으세요. 그마저도 없다고요? 그럼 이불자락을 움켜쥐고 당신의 냄새라도 맡으세요. 이불을 다 적시고 빨래 한 번 하세요.”

그러다가 999.9도?

“당장 정신과 의사가 필요합니다. 상담전화는 국번 없이 ....”


오늘 내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 도수 대신에 감정의 숫자라고 감수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어쩌다 신의 숫자 365가 나올지도 몰라. 365를 꾹 누르면 주르륵 말들.

“365.0 감. 오늘 당신의 마음은 참 아름답군요. 평온한 하루예요. 스치는 바람이 뜨겁든 시리든 당신을 건드릴 수 없어요. 상사의 잔소리도 있는 그대로 흘러가고 밀린 고지서 속의 숫자도 웃어넘길 수 있어요. 사는 게 참 좋구나, 가슴을 펴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에요. 지금을 즐기세요.

그런데 매일 그러고 사신다고요? 언제나 365 감? 그렇다면 당신은 신의 축복을 너무 받아 세상을 모르는 백치. 그게 축복만은 아니라는 건 고 계시죠?”


내 마음의 온도가 흐린 하늘을 타고 숫자를 재고 있다. 온도계 속의 수은처럼 출렁거린다. 은색의 독을 품은 마음이 묻는다. 좁다란 인생의 관에서 꼭 숫자를 세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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