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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려 Feb 25. 2023

봄은 오려나 봐요


내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매화가 꽃몽오리를 터뜨리면 가지 끝을 잘라 달라고 했다. 활짝 핀 꽃 한 송이 있으면 더 좋고 몽글몽글 꽃몽오리들이 가지 끝에 매달려 있으면 더 좋겠다고 했다.


우리 집 마당의 매화는 아직도 차가운 하늘을 매달고 있었는데. 농원에 다녀온 남편이 홍매 한 가지, 청매 한 가지를 잘라 왔다. 남편은 추위에 발갛게 언 코를 하고 나에게 매화 가지를 건넸다. 다음 주면 만개할 것 같다고 했다. 

아, 봄은 오는구나. 

매화 가지를 손에 든 나는 새삼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0대 시절 세상은 나 없으면 안 돌아가는 줄 알았다.

20대 시절 세상은 나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우습게도 한동안 비참했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 세상이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내가 계절을 잊고 있어도 아직 겨울앓이를 하고 있어도 봄은 오고 있었다.

내가 힘들어도 내가 아직 추워도 봄은 온다는 사실에 어린 20 대처럼 심통을 부려봤다.

"봄! STOP!"


내가 뭐라든 매화 향기는 진하게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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