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갈 짐을 싼다
난 역귀성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틈에 앉아 서울 간다
내 짐은 갈아입을 속옷 두 장, 원피스 한 벌
화장품도 필요 없다
어머니 거 쓰면 된다
세면도구도 필요 없다
엄마 꺼 빌리면 된다
내 여행 가방 속엔 어제 따온 고추 네 봉지
꽈리고추 아삭이 고추 청양고추 그냥 고추
내 가방 속엔 오늘 따온 밤 두 봉지 노각 세 개
재작년 옮겨 심은 배 나무에 달린 배 두 개
그 밑에는 남편이 담근 꾸지뽕 청과 술, 술이
서울 갈 마음을 싼다
가서 고운 말 해야지 예쁜 말 해야지
화가 나도 웃고 힘들어도 웃어야지
추석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어야지
시어머니 모시고 맛난 거 사 먹어야지
친정엄니 만나면 맛난 거 사 드려야지
내 마음속엔 지나온 세월 다섯 봉지
매운 시간 덜 매운 시간 달았던 시간 그냥 시간 시간
내 마음속엔 오늘 쌓을 추억 두 봉지 후회 한 개
“매일 한가위만 같아라.”
친척어른 한마디에 눈이 커졌지
“그런 심한 말씀을…” 철이 없었지 철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