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

by 혜담

생명이 붙어있는 한 끊임없이 맞싸워야 할 것이 있다. '물욕'이다.


새집 입주 후 일 년, 공간이 나날이 비좁아간다. 지난달엔 필요하지 않았고 그 존재조차 전혀 몰랐던 새로운 먹을거리 입을 거리 쓸 거리들이 이번 달엔 냉장고에 옷걸이에 팬트리에 채워진다. 이제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아졌으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며 남은 사람들 성가시지 않게 또 병들어가는 지구를 그만 괴롭히기 위해 덜 먹고 덜 입고 덜 쓰며 최소한으로 살자고 틈틈이 다짐하는데도 말이다.

여기저기서 단단히 홀린 나는 망각의 검은 바다로 끌려들어 가고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장바구니를 채웠다 비웠다 몸과 마음의 기력을 소진한다. 오늘도 그랬다. 아니, 솔직해지자! 그런 육체적 혹은 정신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텅장'이 문제지!


그러면서 내 보잘것없는 '생'이 한심하고 성가셔서 우울해지는 것이다. 죽어야 끝날까?


한 움큼씩 영양제를 집어삼키다가 혼자 피식 웃는다. 사는 것이 버겁다면서 또 사는 동안은 아프지 말아야 하니 몸에 좋다는 것들을 챙겨 먹는다. 내 몸뚱이가 내가 쩔쩔매며 받들어드려야 하는 상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필요한 것들이 자꾸만 늘어간다.


세상에 나와 '짠!' 대단한 일 한 거 없이 현란한 이상과 전혀 따로 노는 허름한 육신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나는 그래서 요즘 '삶'이 참 힘에 부친다. 그래서 최소한의 반경 안에서 움직이며 최소한의 엔트로피로 눈에 안 띄며 살다가 티끌로 사라지기로 결심하였다. 그런데 한 인간의 평생이란 것이 결코 짧진 않다는 것이 에러다. 하루는 짧지만 적당히 길기에 그 시간을 이렇게 저렇게 채워나가려 먹고 입고 무언가를 소비한다. 지구의 안위와 아이들의 미래에 걱정이 늘어가는 지금, '인간'이라는 내 존재가 죄스럽다.


세상은 풍요를 향해 질주한다.

더 멋지고 아름답고 효율적인 것들을 즐기라 한다.

내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면 쓸쓸하고 슬픈 것이다.


"적정선은 어디까지가 되어야 할까?"

내 물욕이 초래한 번거로움과 후회의 두 사이클 위에서 비틀대지 않고 삶을 정숙한 주행으로 완주할 수 있는 적정한 속도는?


어디까지 나를 허락하여야 할지 그 '절제의 황금비'를 오늘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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