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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서 기획자로: 고시 실패가 열어준 새로운 가능성

임용고시를 그만두고, 기획자의 길을 선택한 과정

by 혜냄

나는 원래 교사가 되고 싶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고, 학생들이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 행복했다. 가르침을 통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수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교육 방법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시간이 즐거웠다. 수업을 어떻게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내용을 이해할지 상상하는 과정은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후, 세 번의 임용고시를 쳤다. 첫해에는 학교 기숙사와 임용준비관에서 수험 생활을 했고, 이후에는 '고시의 메카'인 노량진으로 가서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노량진 고시 생활 2년

노량진에서의 고시 생활은 매일 새벽 4시부터 시작되었다.

학원 앞에 줄을 서는 것은 일상이었고, 새벽의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는 '이번에는 반드시 합격할 거야'라는 작은 희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험 생활이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합격이라는 목표를 떠올리며 힘을 냈다. 매일 공부를 하고, 강의를 들으며 끊임없이 나 자신과 싸워 나갔다.

공부하던 책상.jpg 독서실 책상 속 글귀

하지만 결과는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합격자 발표일마다 나를 맞이한 건 '불합격'이라는 결과였다.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세 번이나 도전할 수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고시 생활을 접고 본가로 돌아왔다.



임용고시 실패 후 시작된 고민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이 나를 계속 괴롭혔다.

사범대에 진학한 이후, 오직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해 왔기에 그 외의 진로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친구들은 직장 생활을 하며 돈을 벌고 있고, 나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 것은 나의 부족한 스펙이었다. '사범대학 졸업장'과 '중등학교 정교사 2급 자격증'이 내가 가진 전부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흔한 토익 점수도, 자격증도 없었다. 이러한 현실은 나를 점점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이력서를 여기저기 제출했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그러다 문득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무작정 지원만 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천천히 나에 대해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고민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교사의 꿈을 접었지만, 여전히 가르치고 교육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소하더라도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았다.

중등학교 정교사 2급 자격증

과에서 주최한 동영상 대회 수상 경력

타 과 전공과목에서 기획 능력으로 A+

방학/학기 중 교육 봉사 활동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 경험

학교 동기들보다 워드, PPT, 엑셀 등 문서 툴을 다루는 능력이 좋음(컴퓨터 실습 관련 과목 A+)


이를 통해 정리한 나의 역량

문서 작업 능력 우수(특히 PPT)

교육 분야 전공자

동영상 대회, 교육 봉사 활동을 하며 생긴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기획력


교육 기획자의 꿈을 가지다

아무래도 '교육과 관련된 일이면 조금 더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교육 회사의 JD를 분석했다.

내가 가진 역량들이 교육 회사 JD에서 적합도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교육 기획자'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직업이라면 내가 가진 경험과 강점을 발휘할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교사가 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교육에 대한 열정을 다른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처음에는 서류 전형에서 떨어질까 걱정했지만, 나의 전공과 경험, 역량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서류가 통과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기획자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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