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처음인 신입 사원에게
내가 교육 기획자로서 처음 발을 디디게 된 곳은 에이전시였다. 이곳에서는 제안서를 작성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었다.
사실 상상하던 교육 기획자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학교나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기획하는 것을 생각했었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웹, 앱,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을 기획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기획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입사할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스킬은 그저 대학교 동기들보다 조금 더 나은 PPT와 엑셀 같은 문서 작성 능력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사하자마자 첫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 내가 가진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그래서 실무를 통해 기획자의 역할과 업무를 차근차근 배우고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맡은 첫 번째 프로젝트는 한 대학교에서 요청한 교육 영상 제작 프로젝트였다.
인도네시아의 한 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공부하는 예비 교사들을 위한 강의 영상으로, 한국의 교육과정 중 일부를 영상으로 제작해 수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이 특정 장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전 세계에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기획한 콘텐츠가 실제 교육 현장에서 사용된다는 점은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단순히 이론이 아닌 실제 교육에 쓰이는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회사 기준으로 작은 규모였기에, 나는 혼자서 프로젝트 매니저(PM)와 기획자의 역할을 동시에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PM은 프로젝트 매니저라고 불리며,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까지 이끌어가는 역할이다.
1. 프로젝트 전체 일정 수립 및 프로세스 관리
프로젝트의 전체 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WBS(작업 분류 구조)를 작성했다. 이를 통해 각 단계에서의 마감 기한과 진행 상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문제를 미리 예측해 대비할 수 있었다.
2. 영상 제작을 위한 콘텐츠 기획
콘텐츠의 주제를 선정하고 교수 설계 및 영상을 기획했다. 대학에서 배운 교육학적 지식과 전공과목에 대한 깊은 이해가 큰 도움이 되었다. 이론적인 배경을 실제 교육 콘텐츠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기획을 진행했다.
3. 스토리보드 작성
촬영 전, 스토리보드를 작성해 영상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기획했다. 이 작업은 촬영 현장에서 혼란을 방지하고, 콘텐츠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4. 영상 제작 일정 수립 및 콘텐츠 품질 관리
촬영 후, 가편집본을 바탕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며 영상의 품질이 기획한 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집중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최종 결과물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임을 배웠다.
5. 다양한 협업 관계자와의 소통
현직 교사, 대학교 관계자, 번역가, 성우, 디자이너, 그리고 영상 스튜디오와의 소통이 필수적이었다. 각자의 전문성이 모여야 프로젝트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기획자로서 의사소통 능력 및 협업 능력을 기르기에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현직 교사들과 교수 설계에 대해 협업하고, 대학교 관계자와 프로젝트 일정과 목적에 대해 소통했다. 번역가와 성우들과는 자연스러운 번역을 위해 논의했고, 디자이너들과는 로고, 자막, 디자인 컨셉에 대해 협력했다. 마지막으로, 영상 촬영과 편집을 맡은 스튜디오와의 협업은 기획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었다. 각 파트의 전문가들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않으면 프로젝트는 중간중간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특히 번역 작업과 영상 편집 작업에서 작은 오해나 소통의 오류가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결과물의 질도 점점 더 좋아졌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이 프로젝트를 회사가 수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나의 교원 자격증과 전공 덕분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교사가 되지 않으면 이 자격증이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자격증 덕분에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강점이자 든든한 배경이 된 것이다.
처음 맡는 프로젝트라 부담감도 컸지만, 이 프로젝트 덕분에 실무를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더불어 다음 영상 제작도 재의뢰받았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첫 프로젝트를 통해 PM이 되어 프로젝트를 이끌고, 교육 기획자로써 콘텐츠를 기획하고, 여러 파트의 전문가들과 협업했던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더 큰 프로젝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