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가 화면설계서를 작성하면서 배운 것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 처음으로 '기획서의 벽'을 실감했다.
기획서 한 장 쓰는 데 몇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이전 글을 읽었다면 알겠지만, 첫 프로젝트에서 가장 크게 키운 역량은 의사소통이었다. 첫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그 덕분에 후속 의뢰도 들어왔다.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또 다른 중요한 능력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바로 기획서를 명확하게 작성하는 능력이다.
신입으로 입사 당시 나의 PPT 실력은 대학 수업 발표 수준으로, 나름대로 정돈되고 보기 좋은 정도였다.
기획자라면 상세 기획서를 작성할 때 화면설계서(스토리보드)라는 문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양산형이라 많은 양의 화면설계서 작성이 필요했다.
화면설계서는 단순한 시각적 완성도(UI)와 더불어 '명확한 전달력'이 중요한 문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기획자의 의도가 전달할 수 있게 기획서를 작성할 수 있을까?
사수없이 일하던 내가 기획서를 작성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바로 히스토리와 레퍼런스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고객사가 샘플로 제공한 기획서
사내 서버에 보관된 기존 기획서
웹사이트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기획서 사례
이 자료들을 분석하며 어떤 항목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지, 어떻게 작성해야 효과적인지를 뜯어보기 시작했다.
1. 필수 항목이 들어갔는가?
기획서에는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항목이 있다. 하지만 기획서는 단순히 형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기획서를 읽는 사람(고객사, 실무자)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화면설계서를 구성할 때 포함한 주요 페이지는 다음과 같다.
표지: 프로젝트명 및 기본 정보
목차: 기획서의 전체적인 구조
플로우: 서비스 흐름을 시각적으로 정리
공통 UI: 서비스 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요소 정리
화면설계: 각 화면에 대한 상세한 설명 → 화면 구성(UI포함), 디스크립션(번호, 상세 설명)
이러한 필수 항목을 빠짐없이 포함해야, 화면설계서를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 기획서 내 문구가 명확한가?
주니어 시절에는 잘 작성했다고 생각한 기획서도, 지금 보면 불필요한 문장이 많이 들어가 있다.
요즘은 숏폼 콘텐츠와 AI 기반 요약형 정보에 익숙한 시대다. 그래서 긴 글을 읽기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따라서 기획서의 문구도 정돈되고 직관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문장은 단문으로 작성하여 가독성을 높인다.
기획 의도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명확한 표현을 사용한다.
불필요한 수식어를 줄이고 핵심 내용만 담는다.
예를 들어,
❌: 메모장에는 긴 문장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 메모장
- 텍스트 작성 가능
- 글자 수: 최대 500자
- 메모 입력필드에 1글자 이상 작성 시 버튼 활성화
3. 문서의 가독성이 높은가?
가독성이란 '문서가 얼마나 쉽게 읽히는지'를 의미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가독성이 높으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 글자 크기는 너무 작지 않게, 적절한 크기로 조정한다. 글자 크기는 항목별 통일한다.
- 줄 간격과 단락 간격을 활용해 시각적 부담을 줄인다.
- 중요한 내용은 볼드 처리나 색상을 활용하여 강조한다.
예를 들어,
❌: 모든 사용자는 이 버튼을 통해 로그인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버튼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로그인 창이 뜨고, ID와 비밀번호를 입력 후 로그인 버튼이 활성화됩니다.
✅: 로그인 절차
1. 로그인 버튼 클릭 → 로그인 창 노출
2. ID와 비밀번호 입력
3. 로그인 버튼 클릭 활성화
이처럼 불필요한 문장을 줄이고, 직관적인 표현과 시각적 구분을 활용하면 가독성이 훨씬 좋아진다.
기획자는 단순히 기획서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기획서라는 문서를 통해 기획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잘 전달되는 기획서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기획서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며, 기획자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화면설계서를 작성할 때 단순한 정보 나열이 아니라, 읽는 사람을 고려하여 구성하고 표현하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더불어 기획서의 목적은 기획서를 통해 원활한 협업을 이루는 것이라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지금도 더 나은 기획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읽기 쉬운 기획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