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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 기획자는 왜 프리랜서가 되었을까?

회사 밖에서 기획자의 삶이 가능할까?

by 혜냄

돌이켜 보면, 정말 후회 없이 치열하게 일해왔다.

나는 후회 없이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해왔거든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김대호 아나운서가 했던 이 말이 깊이 와닿았다.

11111.jpg MBC 나 혼자 산다 캡처


2018년, 고시를 실패한 이후 서비스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지 어느덧 7년 차가 되었다.

그동안 나는 한 회사마다 짧게는 3개월 넘게, 길게는 2년. 프로젝트마다 아웃풋은 확실히 내고, 주도적으로 일하며 성장했다.


어떤 회사에서는 빠르게 앱을 기획하여 출시했고,

어떤 회사에서는 기획팀이 없어서, 회사 내 기획 프로세스를 구축했고,

어떤 회사에서는 서비스를 고도화하였다.


스타트업부터 중소기업, 공기업, 대기업까지 여러 환경을 거치면서,

매번 내가 기획자로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어떤 성장을 할지 고민하며 다음 스텝을 선택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는 분야도 넓어졌다.

교육, 게임, 물류, 모빌리티, 프롭테크, 전시 등 다양한 산업을 넘나들며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기획했다.


하지만 그만큼 일이 내 삶의 중심이 되었고, 건강을 돌볼 틈도 없었다.

번아웃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조금만 더 버티자’, ‘프로젝트 마무리되면 괜찮아질 거야'라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나 몸이 보내는 신호는 무시할 수 없었다. 퇴사는 내 의지보다 몸이 먼저 내린 결정이었다. 더불어 ‘지금이 아니면 회사 밖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회사 밖으로 나와 ‘프리랜서 기획자’의 삶을 시작했다.



프리랜서 기획자로 전향한 이유


생각보다 프리랜서 기획자의 삶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개발자나 디자이너 프리랜서는 흔하지만, 기획자로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방법은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프리랜서를 선택했을까?


1.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싶어서

나는 호기심이 많은 기획자이다. 그래서 여러 산업에서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 보고 싶었고, 그것을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2. 기획의 폭을 넓히고 싶어서

프리랜서가 되기 전의 나는 대부분 IT 서비스 기획으로 경력을 쌓아왔다.

- 엘리*이, 아이*크림홈런과 같은 IT 교육 서비스 기획

- 사이버대학 강의 기획과 같은 이러닝 기획

- 키즈 게임 앱 기획

- 택시/택배 서비스가 속한 모빌리티 앱 기획


경력을 쌓으면서 기획의 본질을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고,

IT 기획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기획도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기획의 폭을 더 넓혀가며 기획을 해보고 싶었다. (다재다능한 기획자가 꿈)

더불어 '프리랜서가 된다면, 특정 산업이나 서비스 유형에 갇히지 않고, 기획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3.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싶어서

지금은 괜찮지만, 그 당시엔 건강이 좋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퇴사 후에는 내 건강을 우선순위에 두고, 필요할 때 병원에 가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을 때, 자유를 얻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프리랜서 기획자는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고, 일을 맡겨주는 회사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커리어와 수입을 완전히 컨트롤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혼자 일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당연했던 일들이, 프리랜서가 되자 모두 내 몫이 되었다. 프로젝트를 구하는 것도,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도, 심지어 내 일의 가치까지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그렇게 1년. 프리랜서 생활을 대책 없이 무작정 하다 보니, 그대로 멈춰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대로 있다간 프리랜서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회사에 가야 할 것만 같은 불안함과 위기감을 느꼈다.



나를 알리다.


그때 하이아웃풋클럽(HOC)이라는 커뮤니티를 알게 되었다.

자신만의 브랜드와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로 나와 같은 프리랜서와 1인 사업가들이 가득했다.

이들이 서로 경험을 나누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이제는 나를 알려야 할 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바로 신청했다.

그렇게 기수 활동을 하면서 기획혜냄 인스타그램을 통해 퍼스널 브랜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랬더니?

- 기획 관련 협업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 1:1 기획 속성 강의 요청도 받았다.

- 다양한 분야에서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프리랜서라고 해서 단순히 프로젝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회사가 아니라, 나 스스로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 프리랜서 기획자가 되어 가는 중이다. 그래서 올해는 프리랜서로서 더 적극적으로 일을 하며, 그 과정을 기록하려 한다.

나처럼 회사 밖의 삶을 고민하는 기획자들에게 작은 용기와 힌트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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