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서비스, 전시를 넘나들며 흐름을 설계해 온 기획자의 이야기
“어디까지 기획하시나요?”
프리랜서로 일하며 종종 듣는 질문이다.
처음엔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다.
기획의 범위가 넓고 사람마다 떠올리는 생각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기획서를, 또 어떤 이는 아이디어 기획만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기획은 단지 한 문서를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흐름을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그럴 때면 내가 해온 일들을 하나씩 꺼내 보이게 된다.
그게 가장 솔직하고 정확한 설명이니까.
사실 처음부터 기획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던 건 아니었다.
사범대에 다니며 교사가 되기 위해 수업의 흐름을 설계하고 교수방법론을 익히고,
학생의 수준에 맞춰 콘텐츠를 재구성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해 왔다.
그땐 기획인지도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교육 기획의 시작이었다.
이후 교육 기획자로 일하며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의 IT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게 계기가 되어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수업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지금 이 사람에게 어떤 것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이다.
나의 많은 기획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고, 지금도 같다.
교육이라는 콘텐츠를 넘어, 이제는 ‘플랫폼’이라는 그릇을 기획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비스 기획자의 길을 택했다.
사용자가 편리하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앱과 웹을 설계하며 기획했고,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사용자 경험을 구체화해 나갔다.
프롭테크 기업에서는 중개사 대상의 교육 콘텐츠와 서비스 기획을 함께 맡았고,
블로그 콘텐츠를 작성하며 마케팅 업무까지 경험했다.
업무를 하면서 기획의 범위는 점점 확장되었고,
기획자는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타깃의 경험을 위해 전반적인 흐름을 기획하는 사람’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온라인 중심의 기획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기획하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
늘 화면 속에서 이루어지던 사용자 경험을 실제 공간에서 마주할 수 있다면 기획자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IT 전시회 기획과 운영을 한 경험이 있다.
전시회의 슬로건을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설계했으며,
뉴스레터를 통한 마케팅, 제안서를 작성해 영업 기획도 함께했다.
또한 팸플릿, 현수막 등 각종 디자인 작업물을 기획하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부스 배치와 현장 운영까지 조율했다.
처음 경험한 오프라인 기획이었지만 그동안 해왔던 온라인 기획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획의 본질은 그대로였으니까.
콘텐츠에서 테크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도메인은 달라졌지만 결국 핵심은 같았다.
타깃이 어떤 경험을 할지 상상하고, 그 상상을 기획으로 풀어내는 일.
요즘은 사이드 프로젝트로 ‘기록 챌린지’도 운영하고 있다.
하루를 돌아보고 책을 함께 읽으며
자신의 일과 삶을 기록하고 회고하는 챌린지 형태의 기획이다.
이렇게 교육에서 IT 플랫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콘텐츠에서 전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과 문맥에서 기획의 범위를 확장해 왔다.
형태와 도메인은 달라도, '타깃을 위해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라는 본질은 놓치지 않고 기획하고 있다.
기획자는 문서를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문서 너머의 움직임과 변화를 상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시 누군가가 “어디까지 기획하시나요?”라고 묻는다면,
이제는 조금 더 선명하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