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 검사로 알아본 기획자가 일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의 이유를 알게 된 검사 결과

by 혜냄

기획자로 일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기획자일까?'


경험이 쌓일수록 나만의 방식도,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도 조금씩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걸 조금 더 객관적이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러다 알게 된 TCI 검사


TCI타고난 기질과 자라면서 형성된 성격을 함께 분석하는 심리 검사다.

단순히 외향형/내향형처럼 유형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는 무엇에 끌리고 어떻게 행동하며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나를 한 가지 성격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다양한 척도로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1. 새로움을 향해 가는 자극 추구형 기획자

TCI 검사에서 내 기질 중 높았던 항목은 자극 추구(NS)였다.

검사 결과에서 나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지루함을 잘 견디지 못하며 창의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걸 선호하는 성향이라고 한다. 기획자로서 이건 꽤 큰 강점이었다.


나는 교육, 게임, 프롭테크, 모빌리티, 물류다양한 도메인에서 기획 커리어를 쌓아왔다.

도메인마다 사용자 경험, 사용하는 언어, 문제를 푸는 방식도 전혀 달랐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그 안에서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나에겐 늘 신선한 도전이었다.


특히 기획 프로세스조차 없던 조직에 합류했을 땐 정말 처음부터 만들어야 했다.

기획자와 일하는 방식, 문서 양식, 협업 흐름까지 모두 직접 기획하고 배포했다.

지라(JIRA), 노션(Notion), 피그마(Figma) 등 협업 툴을 정리해

디자이너, 개발자와 함께 쓸 수 있는 가이드를 제작하여 전사에 배포했던 경험내 안의 자극 추구 성향이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기획자’로 연결된 순간이었다.



2. 두려움보다 '실행 먼저'인 도전에 강한 기획자

가장 낮게 나온 항목은 위험회피(HA)였다. 이는 실패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이걸 해도 될까?'보다는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임한 프로젝트들이 많았다.


물류나 프롭테크 플랫폼 기획을 맡았을 때 해당 도메인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용자 인터뷰, 레퍼런스 조사, 현장 탐방을 하며 빠르게 도메인을 흡수했고 낯선 분야에 거리낌이 없는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



3. 사람 중심의 기획을 좋아하는 이유

사회적 민감성(RD)과 연대감(CO) 점수가 모두 높게 나왔다.

나는 커뮤니케이션할 때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읽고, 관계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디자이너, 개발자와 논의할 때 방향을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먼저 의견을 묻고 조율 가능한 부분부터 설득 구조를 다듬는다. 이러한 작은 배려가 협업을 더 유연하게 만들고, 결과물의 완성도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4. 끝까지 해내는 힘, 혼자서도 움직이는 힘

기획은 시작보다 끝까지 붙잡고 밀어붙이는 힘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TCI 결과 중 인내력(PS)과 자율성(SD) 점수가 높게 나온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혼자 3개의 서비스의 메인 기획을 맡아 진행한 경험이 있다.

특히 빠른 시간 안에 신규 앱을 기획해야 했던 순간, 제한된 리소스 안에서도 방향을 정하고 초기 기획까지 마쳤다.

또 어떤 프로젝트에선 기획서 없이 개발된 서비스를 넘겨받아 테스트 시나리오를 단기간에 작성하고 QA를 진행하여, QA 결과를 바탕으로 기능 개선 기획을 이끌었다.

모든 과정이 혼자서도 가능했던 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구조를 만들고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 덕분이었다.



5. 현실적인 시선으로 기획을 바라보다

마지막으로 자기초월(ST) 점수는 평균보다 낮게 나왔다.

이는 영적이거나 철학적인 가치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판단에 무게를 두는 성향을 의미한다고 한다.


실제로 기획할 때 '이게 더 멋져 보일까?'보다

'지금 구현 가능한가?',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기획을 시작하기 전,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의 리소스, 작업 일정 등을 먼저 계산한다. 우선순위를 고려해 기능을 나누고, 현실적인 범위 안에서 최선을 선택하려고 한다.

또한 기능 변경이 사용자에게 더 편함을 줄 수 있는지, 혼란을 줄 가능성은 없는지를 시뮬레이션하며 판단한다.

실현 가능성과 사용자 경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현실적인 기획이다.




나를 아는 것이 기획의 시작이었다

기획은 사람의 행동과 필요를 관찰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설계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흐름에서 몰입하고

어디에서 동기를 잃는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고

어떤 스타일의 문제 해결을 즐기는지


TCI 검사를 통해 나의 성향을 언어화할 수 있었고, 단순한 진단을 넘어 기획자로 살아가는 나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결국, 나를 잘 아는 것이 나다운 기획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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