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법: 기획자가 설계한 챌린지

챌린지에 담긴 3가지 설계 포인트

by 혜냄

우리는 일을 하면서 수많은 생각을 한다.

'이 방향이 맞을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지금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어느 순간 스멀스멀 올라온다.

특히 프리랜서처럼 스스로 길을 설계해야 하는 사람에게 이런 고민은 더 자주, 더 깊게 찾아온다.


나 역시 그랬다.

일이 많든 적든 안정적이든 불안정하든 늘 마음속에는 흐릿한 물음표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기록을 했다.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를 글로 남기는 일. 기록은 나에게 방향을 다시 잡게 해주는 도구였다.


그러다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만났다.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BEGINS》

누군가의 솔직하고 담백한 사업 이야기가 펼쳐진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내용도 써도 되는구나.”


공감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나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 혹은 작게나마 자신의 일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느낄만한 복잡한 감정들과 고민들. 그리고 그걸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풀어낸 글들이 좋았다.

'이 책을 레퍼런스로 삼아 나의 프리랜서 일기를 써보면 어떨까?'

'혼자보다는, 함께 써보면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을 시작으로 '기록챌린지 2기 - 나만의 사업&프리랜서 일기’를 기획하게 되었다.


앞서 글에서 다뤘지만 이전에도 ‘기록 챌린지’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때는 ‘일상 기록’을 주제로 했었는데, ‘일상’이라는 단어는 넓고 모호해서 오히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하는 참가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기록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고, 일상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기록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도 각자 달랐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챌린지를 기획할 때는 기록의 범위를 좁히기로 했다.

사전 수요 조사를 하며 '사업일기', '프리랜서 일기'라는 구체적인 주제를 제시했을 때 오히려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방향성과 관심사를 좁히는 것이 사용자 입장에서도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진입점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챌린지를 기획할 때 나는 단순히 기록을 독려하는 활동이 아니라, '기획자의 시선으로 설계된 하나의 사용자 경험 설계'로 보고자 했다.


어떤 배경에서 기록을 시작하게 되었고 무엇이 참여자의 기록을 막는 장애물인지 파악한 뒤,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 구체적인 흐름을 설계했다.

주제를 좁히는 과정부터, 책을 활용한 진입 장벽 낮추기, 꾸준한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 설계까지.

모든 요소에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기록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려는 기획의 의도가 담겨 있다.


기획자로서 챌린지를 만들기 전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어떤 사람들이 챌린지를 하면 좋을까?'였다.

그렇게 잡은 타깃층은 아래와 같다.

사업 일기 또는 프리랜서 일기를 남기고 싶은 사람

자신의 방향성을 정리해보고 싶은 사람

기록은 하지 않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

나만의 기록 습관을 만들고 싶은 사람


사실 1인 사업가 또는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면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많지 않다. 당장의 일에 쫓기거나, 일이 뜸한 시기의 불안에 잠식되기도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나의 하루와 마음을 돌아보는 작은 기록이다. 그런 시간을 타깃층과 함께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구성한 챌린지는 다음과 같다.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를 함께 읽고

주 3회 이상 나만의 사업/프리랜서 생활을 기록하며

서로의 기록을 응원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여기에는 3가지 기획적 의도가 담겨 있다.



첫째, 사용자 관점에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었다.

글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책을 레퍼런스로 삼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내용도 써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제공하면,

처음 기록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OT와 회고 모임마다 '기록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면 좋은지', '기록을 습관화하는 팁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시간을 구성했다.

이런 장치는 챌린지 참여자에게 방향을 잡아주고, 익숙하지 않은 글쓰기를 조금 더 가볍게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


둘째, 참여 유도와 유지 관점에서 주 3회 기록, 주 1회 모임, 슬랙 인증 등의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는 사용자 여정상 반복 노출과 피드백을 통해 습관화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인증이나 피드백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참여자 간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장치이다. 이를 통해 챌린지를 '개인의 기록'을 넘어 '공유되는 경험'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셋째, 사용자 성장 경험(UX) 측면에서, '기록 팁 공유'와 '타인의 기록에 반응하기'를 필수 요소로 설정했다.

단순히 기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넘어서, 참가자 스스로 자신의 기록 방식을 점검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이를 위해 '기록 팁 공유'와 '타인의 기록에 반응하기'를 필수 활동으로 포함시켰고

매주 회고 모임에서 '이번 주에 어떤 방식으로 기록해 보았는지', '다른 사람의 기록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무엇인지'를 나누는 시간을 구성했다.

이렇게 서로의 기록을 살펴보고 다양한 시도와 기록 방법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기록 스타일을 발견해 나가도록 설계했다.

챌린지의 목표는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통해 나를 더 잘 이해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기록을 통해 타인과 연결되고, 동시에 자신과 더 깊이 연결되는 이 경험은 나에게도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

이 챌린지는 기록을 좋아하거나, 잘 쓰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이 아니다.

오히려 '기록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챌린지이다.

혼자였다면 멈췄을지도 모르는 기록을 함께라서 이어갈 수 있도록. 자신의 일과 마음을 기록하며 방향을 찾아가고 싶은 이들과 함께 챌린지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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