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없는데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

수익은 없지만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 기획

by 혜냄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나는 안정적인 수익을 향해 달려왔다.

좋아하는 일이나 재미있는 일보다는 잘할 수 있는 일, 성과를 낼 수 있는 일 위주로 선택했고

그 방향에서 나름의 성과를 쌓아온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잘할 수 있으면서도, 너무 재미있는 일’이 찾아왔다.

수익은 없지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그런 일.

바로 프리랜서 및 1인 사업가를 위한 앱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이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이 서비스에 서비스 기획자로 참여하게 된 것.




이 인연은 작년 11월, ‘기획혜냄’ 계정을 시작하면서 생겼다.

스레드에 첫 글을 올렸던 날 한 분이 댓글을 남겨주셨고,

그 인연으로 커피챗까지 이어졌다.


그분은 마케터인데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서비스 기획을 한다고 하셨다.

서비스 기획자가 아니다 보니

서비스 기획을 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이 있어 커피챗을 요청하셨다.

커피챗을 하며 그분에게 서비스 기획의 A부터 Z까지 전부 알려드린 건 아니었다.

당장 막히던 부분을 찾아 알려드렸던 것.


나도 모르게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아, 내가 서비스 기획을 정말 좋아하긴 하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후에는 그분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모임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짧은 교류가 이어졌다.



그리고 얼마 전, 갑작스러운 연락 한 통이 왔다.

“통화 가능하실까요?”


지난번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이드 프로젝트 론칭을 앞두고 있는데

그 안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함께해 줄 수 있는지 제안해 주셨다.


일단 가볍게 QA부터 합류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바로 오늘 저녁! 미팅을 다녀왔다.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서비스였다.




4-5월엔 외주 일정이 바빠 조금 고민했지만

이 제안을 수락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아, 이래서 기획이 재밌지!'라는 감정을 다시 느낀 날이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종종 느낀다.

기획자 없이 앱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출시 직전에서야 기획의 부재를 실감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는 걸.


초반에는 빠르게 MVP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

디자인과 개발만으로 일단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비스가 조금씩 커지고, 기능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기획서, 정책 정의, 예외 케이스 기획과 같은 것들이 절실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 기획자가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팀 안에 ‘기획자와 어떻게 일할까?’에 대한 기준이 생기고

회의를 통해 서로의 소통 방식이 정돈되며

말로만 공유하던 정책이나 흐름을 문서로 시각화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사용자 관점에서 서비스 흐름을 다시 보게 된다.

그 결과, 한층 더 안정감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를 제안해 주신 분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일을 위한 일은 하지 말자고요.”

그 말이 지금 내가 QA 작업을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다.


그저 테스트만 하는 게 아니라

기획자의 시선으로 서비스 흐름을 점검하고 놓친 부분을 함께 찾아가는 시간이니까.




이제 서비스 출시까지 D-2주

짧은 시간이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고 한다.

수익은 없는 일이지만

‘기획을 재미있어하는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경험이란 점에서 이 시간은 아주 소중하다.


잠깐의 기회였지만 나에겐 큰 힌트였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결국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준다는 걸.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획자는 왜 ‘간단한 요청’ 앞에서 멈칫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