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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현 Dec 18. 2021

나 그리고 우리의 존재

연극 <김수정입니다>



DAC 아티스트 김수정 연출의 마지막 작품 <김수정입니다>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되었다. 김수정 연출은 극단 '신세계'에서 매년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신세계의 작품은 불편해서 외면해왔던 사회의 문제를 다뤄왔다. 일례로 <공주들>은 '대한민국 속 성매매 체제의 연속성'을 신랄하게 고발했고 <생활 풍경>은 장애인 특수학교를 설립을 둘러싼 대립 상황을 토론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번 연극은 이전에 신세계가 만들어 온 작품들과 현저히 결이 다르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김수정이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김수정 연출의 DAC 아티스트로서의 마지막 작품을 축하하는 파티에 초대된다. 따라서 무대를 향해 일렬로 놓인 관객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레드카펫이 무대 중앙에 위치하고 양 끝에는 영상 활용을 위한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있다. 카펫 좌우로 파티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있고 고급진 크리스털 장식이 올려져 있다. 극이 시작되면 배우들의 안내에 따라 파티가 시작되고 함께 앉은 테이블의 관객들끼리 짧은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극이 시작되고 레드카펫에 올라선 배우들은 이곳이 파티라는 점을 물씬 느끼게 만든다. 화려한 의상과 연말 시상식을 연상시키는 진행자들, 그리고 최신 유행 곡에 맞춘 축하 무대까지. 파티 오프닝이 끝나고 그들은 본격적으로 인간 '김수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김수정의 출생부터 청소년기, 배우를 꿈꾸며 달려갔던 20대, 안전한 창작 환경을 보장하고자 했던 극단 '신세계'의 창단, 그리고 현재의 김수정에 다다른다.


김수정은 관객석 한가운데에 앉아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무대를 바라보며 웃기도 하고 때로는 본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배우의 말에 개입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일생과 마주한다.


이 연극에서 김수정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대사는 '사회에서 실격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이다. 그는 자신이 연극을 한 이유 또한, 실격당하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다고 밝힌다. 사회 문제를 연극을 통해 다뤄냈지만, 연극 이후 그 문제들을 다신 들여다보지 않았던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 더는 '척'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고백은 마지막, 그가 낭독하는 유서에 가득히 담겨있다.


이렇듯 연극은 김수정이라는 한 인간의 삶을 다룬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우리는 그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사회, 그리고 어딘가에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내 뜻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거짓된 말로 나를 포장하며 합리화하고, 나의 기준을 잃은 채로 외부에 나를 억지로 맞췄던 그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DAC Artist 김수정은 “우리는 평범하지만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특별하다 “앞으로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번 작품에서 나의 특별하고 불편한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했다.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까. 이 질문과 함께 더는 누구도 상처 받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극장을 나섰다.



*연극 <김수정입니다> 현재  회차 매진 상태이며 인터파크 티켓에서 취소표가 발생할 , 예매 가능합니다.


연극 <김수정입니다>

일시 : 2021 12 7()~12 25()

화수목금 7 30, 토일 3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기획 제작: 두산아트센터

공동창작

연출: 김수정

극작: 김수정 박슬기 전웅 조가희

출연: 강주희 고용선 김보경 남호성 민현기 
박미르 이강호

관람연령: 14 이상

러닝타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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