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내면 속 시원한 자기소개서의 비밀

자기소개서, 도대체 몇 자나 써야 하나요?

by 송혜교


자기소개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보면 매번 받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자소서 하나로 여러 기업에 제출해도 되나요?"라든지, "1,000자 제한이라는데 500자만 써도 돼요?" 같은 것들. 본격적인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알아보기에 앞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자소서 하나로 여기저기 지원해도 되나요?


평범한 취업준비생이 자기소개서 하나를 완성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소재를 고민하고, 글로 풀어내고, 다시 다듬다 보면 주말이 훌쩍 가버린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힘들게 썼는데... 여기에만 지원하고 버리려니 아까워 죽겠다." 힘겹게 만들어낸 이 자기소개서로 다른 기업들에도 지원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나의 자기소개서를 만능 뚜껑처럼 이런저런 공고에 덮어버려도 괜찮은 걸까? 정답은 당연히 'NO'다.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귀사'라는 말은 그냥 넘길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끊임없는 자기소개서의 늪에 빠져 짜증을 느끼는 취준생만큼이나, 기업도 성의 없는 자기소개서에 신물 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하나의 자기소개서를 이리저리 돌려 사용하면 절대 안 된다'는 절대적 원칙 같은 건 없다. 다만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 따지고 보면 나만 손해인 행동이다. 입사 지원을 하나의 마케팅 과정에 비유해 보자면 더더욱 그 이유를 이해하기 쉽다.




취준은 곧 마케팅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 취업준비 지원 프로그램 포스터를 하나 올렸다고 가정해 보자. 이 프로그램은 총 4회에 걸쳐 서울에서 진행된다. 거주지역과 연령을 고려해 보자면, 아무래도 울릉도에 거주하는 45세 박만식 씨보다는 서울에 거주하는 24세 김민지 씨가 이 포스터에 관심을 가질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러니 광고 타깃 연령은 2030으로, 지역은 수도권으로 한정하는 편이 낫다. 동일한 노출 1회라고 하더라도 그 대상에 따라 효과는 매우 다른 법이다. 효율적인 마케팅의 기반에는 언제나 정확한 타깃이 있다. 똑같은 만 원을 지출한다고 하더라도 타깃을 어떻게 설정하냐에 따라서 그 효과가 달라진다.


입사 지원은 기업에 나를 알리는 일종의 마케팅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케팅에는 엄연히 품이 들어간다. 한 회사에 지원한다는 건, 그 정도가 다를 뿐 엄연히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다. 자기소개서만 붙여 넣는다고 해서 다른 모든 절차가 생략되는 건 아니니까.


그러니 '아무 회사나 그저 들어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아니라면, 하나의 자기소개서를 닥치는 대로 돌려쓰는 건 에너지 낭비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24세 서울시민 김민지 씨가 우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이지, '어떻게 하면 불특정다수의 사람에게 이 포스터를 최대한 노출할 수 있을까?'가 아니기 때문이다.




분량이 최대면 스트레스도 최대야


한편, 이런 하소연도 자주 듣는다. 최대 1,000자라고만 하고 왜 최소치는 안 정해주냐. 그냥 500자만 써도 된다는 뜻이냐! 물론 정말 간절한 취업준비생들은 알아서 최대 분량을 꽉꽉 채워 작성할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언제나 그렇게 작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대치의 분량은 늘 최대치의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인사팀에서 일일이 글자 수 세기 프로그램을 돌려보는 건 아니다. 그러나 수십, 수백 개의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굳이 세어보지 않아도 분량에 관한 감이 생긴다. 이 사람이 성의 있게 작성했는지 아닌지 정도는 3초 만에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언제나 성의를 보여줄 정도의 분량을 지키는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실 자기소개서의 분량에는 암묵적인 원칙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주어진 최대 분량의 90% 이상 채우기'다. 즉, 최대 1,000자 제한이라면 900자 이상 작성하는 편이 좋다. 700자라면 적어도 630자 이상을, 500자라면 최소 450자 이상은 채워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999자, 698자처럼 꽉 채워 나를 어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너무 힘들다면, 90% 원칙만 지키자. 적어도 '성의 없는 지원자'는 면할 수 있다. 단, 분량이 300자 이하로 매우 적을 때는 예외다. 이렇게 분량이 한정적일 때는 당연히 꽉 채워 제출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소개팅에 나온 사람에 비유하자면, 내용은 성격이며 분량은 겉모습이다. 깔끔하고 정갈한 겉모습으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대화를 나누기 전부터 상대의 호감을 살 수 있듯, 적절한 분량이 정갈하게 배치된 자기소개서는 그 내용을 훑기 전부터 좋은 인상을 준다.


반면, 아무리 그럴싸한 이력을 지닌 사람이더라도 소개팅 자리에 추레한 모습으로 나왔다면 좋은 답을 듣기는 힘들 것이다. 이처럼 분량이 턱없이 부족한 자기소개서는 '억지로 쥐어짠 알맹이 없는 글'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 짧은 글 안에 얼마나 명문을 담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힘겹게 쥐어짠 내 소중한 자기소개서가 3초 만에 '광탈'하는 일이 없도록, 늘 주어진 최대 분량의 90% 이상을 지키자.




이런 걸 대체 왜 쓰라는 거야?


읽으면 읽을수록 더럽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애초에 지들이 과한 요구를 해놓고 왜 못쓴다고 난리인지, 요즘 같은 시대에 왜 굳이 자기소개서라는 고리타분한 절차를 고집하는지, 이럴 거면 그냥 작가를 뽑지 왜 엄한 취준생들을 괴롭히는지 기업에 따져 묻고 싶을 수도 있다.


실무자의 입장에서 해석해 보자면, 지원자의 기본적인 자질을 판단하기 좋은 건 오히려 이력서보다 자기소개서 쪽이다. 자칫 고루하게 보일 수 있는 문항들이지만, 사실은 그 안에 분명한 의도가 있다. 지원자가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활용하는 사람인지, 문항이 내포하는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회사의 니즈를 파악하고 있는지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일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소개서를 조리 있게 쓰는 사람은 일을 잘할 확률이 확실히 높다.


그러니 잘 쓴 자기소개서 한 편을 갖고 있다는 건, 나의 역량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최고의 전단지를 지니고 있는 것과 같다. 비록 더럽고 치사하긴 해도, 개중에 가장 끝내주는 전단지를 만들어 이 지긋지긋한 자기소개서에서 빨리 탈출하는 게 상책이다.






이 글은 '알아내면 속 시원한 자기소개서의 비밀'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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