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내면 속 시원한 자기소개서의 비밀Ⅱ

자기소개서, 소제목을 꼭 작성해야 할까요?

by 송혜교


이 글은 '알아내면 속 시원한 자기소개서의 비밀' 1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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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글자 수 제한의 비밀


기업마다, 직무마다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분량은 가지각색이다. 이를 번거롭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회사에 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주어진 분량에 따라 이 회사가 자기소개서를 특별히 중시하는 기업인지 추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가장 무난한 것은 한 문항당 500자 또는 700자다. 특히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는 500자를 기본값으로 여긴다. 1,000자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 해당 문항을 조금 더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형식적인 자기소개서를 넘어 깊은 내용과 서술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따라서 기초적인 문항은 700자, 핵심 문항은 1500자 등 문항별 분량을 다르게 요구할 때도 있다.


일부 공기업이나 특수 직렬에서는 문항당 2~3000자를 요구하기도 한다. 아주 극악무도한 사례처럼 보이지만, 이 경우 성장과정 등 보편적인 문항이 아닌 업계 현황에 관한 견해를 묻는 등 개인의 역량을 드러내야 하는 문항이 주가 된다. 아주 드물게는 문항당 3~400자 이하의 분량이 주어질 때가 있는데, 주로 의료 계열에서 사용된다. 이미 전문 자격을 갖춘 사람만 지원 가능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이다. 이때는 사실을 위주로, 기본기를 잘 갖춘 자기소개서만 제출해도 충분하다.


분량이 정해져 있지 않을 때에도 위 기준을 참고하면 좋다. 적당히 예의를 갖춰 제출하고 싶다면 5~700자를, 어필하고 싶은 내용이 많다면 문항당 약 1,000자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너무 긴 자기소개서는 읽기가 번거로우니, 가급적 문항당 1,500자 이내로 맞춰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유양식일 때는 무엇을 작성해야 하나요?


가끔은 아예 주어진 양식이 없는, 자유문항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업도 있다. 이럴 때는 직접 문항을 나눠서 작성해야 한다. "귀찮은데 그냥 하나로 쭉 적으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제대로 된 문항 구분 없이 줄글로 적혀있는 자기소개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읽는 사람을 배려해서라도 문항을 나누는 것이 좋다.


이쯤에서 자기소개서 대표 문항 사대장을 공개하자면, 바로 ①성장과정, ②성격 장단점, ③지원동기, ④입사 후 포부다. 만일 경력기술서를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 곳이라면 경험 및 경력도 추가될 수 있다. 이 내용에 충실한 자기소개서라면 적어도 기본기는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문항을 다 작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도 최소 3문항은 작성하는 것이 좋다. 이때는 아쉬운 대로 지원동기 문항에서 약간의 포부를 함께 언급하여, 가장 보편적인 조합인 성장과정+성격 장단점+지원동기를 작성하는 편을 권장한다. 가장 추천하는 분량은 문항당 700자 선이며, 4문항을 다 작성할 거라면 500자도 좋은 선택이라고 권하고 싶다.




소제목을 꼭 써야 할까요?


"소제목을 꼭 써야 할까요?", 취준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다. 합격 자기소개서를 보면 저마다 멋들어진 소제목을 자랑하고 있다. 안 쓰면 나만 손해 볼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라,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서 돌려줬을 때 소제목을 지어달라고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소제목은 필수가 아니다. 위 질문에 대한 정답은 '분량에 따라 다르다'이다. 소제목을 작성해야 할지 고민된다면, 그 존재의 의미를 다시 떠올려 보자. 모두가 알다시피, 기업에서 한 명의 지원자에게 내어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러니 '읽는 사람을 배려하여 한눈에 내 글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요약 설명을 달자'는 것이 소제목의 취지인 것이다.


하지만 약 500자 이하로 분량이 짧을 경우 소제목을 넣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만약 [경청은 최고의 소통]이라는 짧은 소제목을 달았다고 치자. 이게 벌써 12자를 잡아먹는다. 가뜩이나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량이 한정적인데, 거기에 소제목을 달아 분량을 할애한다면 내용이 부실해질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소제목을 달 것이 아니라 그냥 문장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문단을 잘 구분해 가독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700자 이상, 특히 1,000자 이상으로 넘어간다면 소제목이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내 소재가 제법 독특한 경우 소제목으로 읽는 사람의 눈길을 끌 수도 있고, 한 문항 내에서 두 가지의 일화를 이야기할 때도 소제목으로 내용을 구분하면 좋다. 이렇듯 소제목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그 분량에 따라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한 가지 옵션으로 두면 좋을 뿐, 언제나 필수는 아니다.




떨어졌던 기업에 다시 지원해도 될까요?


재지원은 당연히 가능하다. 하지만 충분한 텀을 두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최소 3개월 이상을 권장하고, 불합격 후 6개월 동안 재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명시해 놓는 기업도 있다. 불합격한 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다시 지원할 때는 나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개선해 오거나, 이력을 더 발전시켜 이전과는 명확하게 달라진 점이 있어야 한다.


가끔 "한 번 떨어졌던 사람은 블랙리스트 같은 데 올려서 들여다보지도 않는다던데 진짜인가요?"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기업이 그러지 않는다고 확답할 수는 없겠지만, 체계적인 기업들은 대체로 그렇게 일하지 않는다.


똑같은 지원자라도 직무에 따라 그 적합도가 다를 수도 있고, 재지원하는 시점에는 역량이 크게 성장해 있을 수도 있으며, 기업에서는 어쨌거나 인재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턱대고 재지원자를 홀대할 기업은 많지 않다. 오히려 재지원자의 경우 입사 의지가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으니, 충분한 텀을 두고 이력을 재정비해 지원해 보는 것이 좋다.




나만 어려운 거야?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머리가 아파오고, 가끔은 자괴감이 든다. 내가 이렇게 장점이 없는 사람이었나? 나는 그동안 뭘 했지? 왜 쓸 말이 없지? 정말이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나만 이렇게 어려운 건가' 생각하며 너무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내가 쓰는 이 공고에 지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어려워하고 있다. 자기소개서는 아주 특수한 목적을 가진 글이다. 입사에 성공하는 순간 그 효력을 다하기 때문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졸업하는 게 당연하다. 볼 때마다 낯설고, 쓸 때마다 어렵다.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취준 기간 동안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다잡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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