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시리즈는 학교에 가기 싫은 청소년과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 교육자를 위한 자퇴 고민 상담소입니다. 댓글에 사연을 남겨주시면, 선정을 통해 답변을 드립니다.
*각 사연은 익명성과 보편성을 위해 약간의 각색을 거쳐 공개됩니다.
자퇴 고민상담소의 사연을 풀어가기에 앞서, 학교밖청소년을 향한 각종 오해를 푸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 살아가고 있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학교 밖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에 대해서요. 자퇴를 고민하고 또 결정하기 전에 학교 밖의 상황을 충분히 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자퇴생이 많으면 얼마나 많다고
우리 사회에서 학교란 너무나 당연한 존재입니다. 초등학생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하면 십중팔구 "00 초등학교 0학년 0반 000입니다!"라는 답변이 튀어나오고, 청소년들은 "열아홉 살이에요."라는 말보다 "고삼이에요."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하며, 오죽하면 칠순이 넘은 어르신도 "내 나이 7학년 3반이요."라며 자기소개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학교가 주류인 세상에서도 예외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교밖청소년들이죠. 우리나라에 학교밖청소년이 몇 명 정도 있을까요?강연 중 이런 질문을 던지면, 이런 답변이 등장합니다. "5천 명? 만 명? 음... 많이 쳤을 때 5만 명? 이런 질문하시는 걸 보니 생각보다는 많을 것 같아서 한 번 과감하게 5만 명이라고 불러봤어요." 아무래도 학교에 안 다디는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닐 거라는 게 보편적인 추측입니다. 과연 이 내용이 사실일까요?
집집마다 자퇴생
사실 학교밖청소년에 관한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자퇴생뿐만 아니라 미진학생, 귀국 후 복교하지 않은 유학생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기 때문입니다. 소속이 없으니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데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통계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학교 밖의 통계를 널리 활용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그러나 모든 이해의 기반은 통계인 만큼, 아쉬운 대로 몇 가지 통계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2019년 국회입법조사처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학교밖청소년은 총 39만 명이었습니다. 같은 해 서울시 학교밖청소년 실태조사 결과, 서울시 학령인구 중 약 8.9%가 학교밖청소년임이 밝혀졌습니다. 학령기 청소년 100명이 있다면 약 9명이 학교밖청소년이라는 뜻인데, 생각하신 것보다 훨씬 많지 않나요?
코로나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현재는 그 수치가 감소한 상황이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추측입니다. 또한, 그 수가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약 27만 명 이상의 청소년이 학교 밖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태어난 아이의 수를 모두 합해도 25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 보면, 학교밖청소년은 결코 극소수가 아닙니다.
비행청소년 아닙니다
'학교밖청소년'이라는 말 자체가 낯선 분도 많을 겁니다. 사실 이 용어가 쓰인 지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2014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한 개념이며, 비슷한 시기 여성가족부에 학교밖청소년지원과가 신설되면서 본격적으로 '학교 밖'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죠.
물론 그 이전에도 우리는 존재했지만, 주로 '학업중단 학생'으로 불렸습니다. 학교에서 이탈해 버린, 학업을 중단해 버린 아이들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비행청소년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많았죠. 여전히 교육계에서는 학업중단이라는 표현을 더 널리 사용합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학교밖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톺아보면, 이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전체 학교밖청소년 중 학업형 및 진로·직업형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가출을 했거나 보호시설 및 사법기관의 감독을 받는 소위 비행형 청소년은 6%에 그칩니다. "학교 안 다닌다고? 뭐 사고 쳤니?"라는 질문은 이제 역사 속의 편견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학교 밖에서도 검정고시나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직업 교육을 받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청소년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수능 응시자 중 검정고시 출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학교 밖에서 살아남기
청소년이 소속도 없이 학교 밖에서 살아남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단 한 가지의 요소를 꼽으라면 단연 '돈'일 텐데요. 모든 복지 정책은 예산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법이니, 관련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015년 기준 1인당 연간 공교육비, 즉 학생 1인이 1년간 학교에 다니면서 지원받는 예산의 총액은 약 1,000만 원이었습니다. 반면, 2018년 기준 학교밖청소년 1인당 지원되는 예산은 총 54만 원이었습니다. 무려 3년의 차이가 있음에도, 5.4%에 불과했던 겁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금전적 문제일 것 같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조금 다릅니다. 몇 년에 걸친 조사에서 항상 1위를 차지하는 항목은 바로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 차별'이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속에서도, 청소년들을 가장 괴롭게 하는 건 차별이었던 겁니다.
소속 학교 없이는 공모전에 나가지 못할 때, 학생증이 없다는 이유로 대중교통 부정승차자로 몰렸을 때, 이웃이나 친척들에게 내 자퇴 사실을 숨겨야 할 때, 아르바이트 구직 중 '자퇴생이라 꺼려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럴 때마다 말로는 다 설명하기 힘든 외로움과 버거움을 느낀다는 뜻입니다. 학교밖청소년을 향한 차별적 시선은 여전히 이렇게나 뚜렷합니다.
이러한 '학교밖청소년의 진실'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자퇴생이라는 말을 들으면 비행청소년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고, '자퇴' 자체를 일종의 금기어처럼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명확한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청소년이 학교를 떠날지 고민하고 있으며 수많은 청소년이 차별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 중 대부분이 이 사실을 잘 모른 채 자퇴를 결정합니다.
학교 밖의 차별을 해소하는 일은 앞으로도 갈길이 멉니다. 당장 '학교밖청소년'이라는 용어도 학업중단보다는 낫지만, 결국 학교 안을 기본값으로 두고 만든 말이니까요. 그러나 어떤 어려움과 설움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일부 해소됩니다. 그러니 이 글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시는 분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청소년들에게는 한 뼘 더 나은 세상이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