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니는 게 시간낭비 같아요

자퇴 전문가의 '자퇴고민상담소'

by 송혜교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는 각자의 이유로 학교를 떠나고 싶은, 또 각자의 이유로 자퇴를 말리고 싶은 분들을 위한 시리즈입니다. 학교에 가기 싫은 청소년과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 교육자를 위한 자퇴 고민 상담소를 엽니다.



[오늘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요즘 학교에 다니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자퇴를 고민하고 있어요. 원하던 학교에 떨어져서 이 학교까지 오게 됐는데 등하교 시간을 합치면 1시간이나 걸리고, 내신을 관리하려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낭비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자꾸 쓸데없는 걸 시키는데, 이런 걸 왜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다 쓸모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괜히 무기력해지고 학교도 가기 싫어져요. 아직 뚜렷한 진로는 없지만, 차라리 자퇴하고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하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자퇴하고 저만의 공부법도 찾고 꿈도 찾고 싶은데, 부모님은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따야 한다며 반대하세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 위 내용은 익명성을 위해, 비슷한 몇 건의 상담 요청을 취합해 각색한 사연입니다.





학교의 의미


앞선 글에서 밝혔듯,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학교가 무의미하다'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요즘입니다. 물론 그 무의미에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학교 밖에서도 충분히 원하는 걸 공부할 수 있다는 희망일 수도, 내신 관리를 포기하고 정시에 올인하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죠. 어쨌거나 이들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자면, 바로 '학교 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학교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학교의 무의미함에 관해 논하기 전에 학교의 의미를 제대로 생각해 본 청소년은 정말 드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학교에 다니는 게 시간낭비 같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 중 상당수는 학교를 '교과 공부를 위한 기관' 정도로 생각하곤 합니다. 과연 이게 사실일까요?




왜 자꾸 쓸데없는 걸 시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교육이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주는' 일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가 교육기관인 학교의 역할인 셈입니다.


"이럴 시간 있으면 차라리 문제집이나 풀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이런 거 어차피 대학 가면 하지도 않을 텐데 왜 시키는 거예요?" 청소년들이 이렇게나 불평하는 '학교에서 시키는 쓸데없는 일들' 중 상당수는 교과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습니다. 입시나 성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이죠.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그 이유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비록 교과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인격을 기르기 위한 목적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과도 소통할 줄 알며, 타인을 배려하고, 사회 공동체의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사람으로 기르기 위해 학교에서는 교과 외의 과제를 끊임없이 부여합니다. '쓸데없는 일'의 비밀은 바로 거기에 숨어있습니다.




학교는 작은 사회?


물론 배려와 사회성, 책임감 등을 학교 안에서만 배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를 증명하듯, 학교 밖에도 훌륭한 인격을 지닌 청소년들이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안과 밖의 담장, 그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 당연하게 습득하던 것들을 학교 밖에서 직접 쟁취하려면 배로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흔히들 학교는 작은 사회라는 말을 씁니다. 그러나 "학교도 못 견딘 애가 사회에서는 어떻게 적응할래!"는 틀린 말입니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이 모두 학교를 '못 견딘' 것은 아닐뿐더러, 학교 밖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제3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학교밖청소년은 조금 더 일찍 사회에 나와서 모든 걸 일찍 겪고, 일찍 적응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모든 걸 훨씬 쉽고 간편하고 친절한 방향으로 배울 수 있죠. 등하교 시간이, 조례시간이, 수행평가에 쏟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 다니는 게 손해는 아닙니다. 사실 학교 안 청소년들은 공교육 시스템의 이점을 만끽하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아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밖에선 모든 게 셀프


학교에서는 좋든 싫든 끊임없이 또래 친구들과 단체 생활을 하게 되지만, 학교 밖에서는 나의 사회성을 유지하고 기를 수 있는 공동체를 직접 찾아야만 합니다. 학교에서는 균형 잡힌 식단의 급식을 제공받지만, 학교 밖에서는 세끼 모두 알아서 해결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준비할 때는 선생님의 공지나 지도를 받게 되지만, 학교 밖에서는 검정고시를 칠 때조차 모든 것을 혼자 찾아내고 준비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당연하게 한 명의 학생으로서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 있지만, 학교를 떠난 뒤에는 '소속을 알 수 없는 자퇴생'으로서 자신을 설명해야 할 일이 늘어납니다.


그러니 학교 안과 밖의 생활을 단순히 시간의 효율성으로 비교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직접 하지 않아도 괜찮던 일들을 혼자 해내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무엇이 더 무겁고 중요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진짜 사회인'이 되기 전에


완벽한 학교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학교가 너무 보수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문제투성이인 학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과 공부가 아닌 것은 모두 쓸데없는 일'이라는 기준으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학교에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들이 있으니까요.


인생이 실전이라면, 학교는 모두를 위한 일종의 연습 단계입니다.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는 많은 것을 양해받으며, 실수를 하더라도 만회할 기회를 수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사회를 떠나게 되면, 나이 불문 그저 한 명의 사람으로서 '진짜 사회'에 합류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진짜 사회에는 홀로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자퇴는 정말 중대한 결정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자퇴하고 싶은 거라면 학교 안과 밖의 삶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내가 쓸데없다고 여기는 활동들은 무엇인지, 그 활동들이 정말 나의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인지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정말 학교가 내게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사회에 뛰어들 준비가 된 상황인지, 충분한 자기 주도성과 끈기를 길러왔는지 생각해 본 뒤 자퇴를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시리즈는 학교에 가기 싫은 청소년과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 교육자를 위한 자퇴 고민 상담소입니다. 댓글에 사연을 남겨주시면, 선정을 통해 답변을 드립니다.

*각 사연은 익명성과 보편성을 위해 약간의 각색을 거쳐 공개됩니다.




- 작가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 자퇴생 에세이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 구경 가기

알라딘 | 교보문고 | YES24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