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귀는 게 힘들다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퇴 전문가의 '자퇴고민상담소'

by 송혜교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시리즈는 학교에 가기 싫은 청소년과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 교육자를 위한 자퇴 고민 상담소입니다. 댓글에 사연을 남겨주시면, 선정을 통해 답변을 드립니다.

*각 사연은 익명성과 보편성을 위해 약간의 각색을 거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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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연]

안녕하세요,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엄마입니다. 아이가 며칠 내내 학교에 가기 싫다고 시위 중입니다. 2학년이 되면서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졌는데,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왕따는 아니라는데, 조금 겉도는 것 같습니다.

전학 이야기도 어렵게 꺼내봤지만, 다른 학교에 가서 또 친구를 사귀는 건 너무 어려울 것 같다며 거부합니다.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고 하네요... 고등학교도 아니고 중학교를 그만두는 건 무리라는 게 저와 남편의 생각입니다만, 아이의 의사는 완강합니다. 아프다며 조퇴하는 일도 잦아졌고, 일요일마다 너무 우울해합니다.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를 그만둔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지, 정말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게 옳을지 고민입니다.

※ 아래의 답변은 따돌림이나 괴롭힘 등 학교폭력을 당하는 청소년, 대인관계로 인한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청소년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별개의 사연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중학교도 자퇴할 수 있을까?


사연에 자세히 답하기에 앞서, 많은 독자가 궁금해하실 내용을 미리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합니다. 바로 어떻게 의무교육 단계인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자퇴할 수 있냐는 점인데요. 고등학교와 달리, 의무교육 단계에서는 행정상 자퇴가 불가합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학교에 중퇴 의사를 밝힌 뒤 정해진 출석 일수를 채우지 않으면 해당 학생은 정원 외 관리자로 분류됩니다. 말 그대로 '의무' 교육 단계이기 때문에, 학교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관리 대상이 되는 겁니다.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주기적으로 전화를 준다거나 더 나아가 가정 방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홈스쿨링이 합법화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세부적인 교육 현황이나 커리큘럼 등을 국가에서 관리하지는 않습니다. 학교를 떠나는 순간 모든 교육과 지도는 개인의 몫이 됩니다. 학력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직접 검정고시에 응시해야 하고, 복지 제도도 혼자 찾아야만 합니다. 중퇴는 가능하지만, 그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죠.




정확한 상황 파악하기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이야기했다면, 편안한 분위기에서 그 이유를 상세히 털어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른에게 상황의 본질을 전달하기 싫어하는 청소년도 많기 때문입니다. 대인관계에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여겨서 이 사실을 숨길 수도 있고, 사실은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만 부모가 걱정할까 봐, 혹은 알리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까 봐 대충 얼버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전에 한 청소년기관 종사자로부터 위 사연 속 내용과 비슷한 상담을 요청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기관에 오는 한 청소년이 '대인관계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학교에 다니는 게 너무 시간낭비 같아서 학교 가기가 괴롭다'라며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례였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학교 가기가 '괴롭다'라고 표현했다는 겁니다. 보통 학교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청소년들이 느끼는 감정은 허무함, 아쉬움, 초조함, 짜증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 청소년의 경우, 학교 가는 게 '괴롭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 생활을 괴롭게 만드는 다른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죠.


따라서 저는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에 관해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는 답변을 보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아이에게 친구 문제는 괜찮은지 몇 번 부드럽게 돌려 물었더니, 사실은 대인관계 문제를 겪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는 겁니다. 이처럼 아이가 겪고 있는 문제가 어떤 수준인지, 정확히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파악하고 다독여주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심각한 따돌림을 겪는 등 일부 상황을 제외하자면, 사실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 중 대다수는 어른의 시야에서는 별 것 아닌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과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건 모든 청소년이 겪는 난관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포털사이트에 '새 학기 친구 사귀는 법'을 검색해 보면, 매년 비슷한 질문글이 쏟아집니다.


그러나 아직은 자아중심성이 강한 시기인 만큼, 이게 나 혼자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기는 힘듭니다. 특히나 또래 문화에 민감한 청소년기의 특성상, 또래 친구들과 단절되었다고 느꼈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납니다. 이때 내가 믿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내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꽤 가벼워집니다. 더 이상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기 때문이죠.


실제로 위에 언급한 사례 속 청소년은 선생님과 대인관계에 관련한 이야기를 여러 차례 주고받은 이후 '혼자서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노력해 보겠다'라며 자퇴 의사를 철회했습니다. 이처럼 아이가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다독여주고,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지지를 표명해 주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중요합니다.




학교 안에서 방법 찾기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해 보려 노력하기보다는 회피를 택하는 청소년이 많습니다. 아직 틀어진 관계를 회복해 본 경험이 거의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거나, 대인관계 문제로 인해 심각한 심리적 타격을 입고 있다면 심신건강을 위해 회피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습니다(이 내용은 추후 별개의 사연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친구 관계가 어긋난 상황이라면, 충분한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틀어진 대인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학교 생활의 일부이니까요. 만일 화해의 여지가 있다면 화해할 줄 알아야 하고, 새 친구를 갖고 싶다면 먼저 다가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때 아이가 혼자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면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고, Wee센터나 Wee클래스와 같은 곳을 통해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계속해서 부적응을 호소할 경우, 학교에서 제공하는 대안 프로그램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학교 내 대안교실'이 그 일환입니다. 학교 내 대안교실은 교내의 별도 교실에서 정규교육과정의 일부를 대체해 대안교육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니,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인지 학교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에도 부적응을 겪는 학생을 위한 다양한 학교 내 대안 프로그램이 있으니, 현 상황에서 어떠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지 학교 측에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체로 학교에서 자세히 안내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만일 충분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신다면 각 지역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대안 교육 프로그램을 검색해 보거나 콜센터에 문의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한, 공식적으로 자퇴(정원 외 관리자로 분류)하기 전 학교에서 제공하는 숙려제 과정을 밟으며 학교가 없는 삶을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숙려제 과정만 거친 뒤 다시 교실로 복귀하더라도 모두 출석이 인정되니,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퇴 전 체크해야 할 것


이 사연에서, 자퇴는 가장 마지막 선택지가 되어야 합니다. 대인관계를 다루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채 회피하듯 학교를 그만둘 경우, 학교 밖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머물면 좋든 싫든 계속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가 주어지지만, 학교 밖에서는 친구를 찾아 헤매야 합니다. 그러니 학교 밖에서는 친구를 사귀는 게 배로 어렵습니다. 특히 의무교육 단계에서 학교를 떠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자퇴 후에는 본인이 노력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이 드뭅니다. 만일 칩거 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한 달이고 일 년이고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이 생활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져, 학교 밖 청소년에서 은둔형 외톨이(소위 히키코모리)로 자라는 경우도 제법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더더욱 심각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퇴를 고민하고 있다면, 자퇴 후 대인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를 주제로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나눠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여성가족부에서 전국에 200개 이상의 꿈드림(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니 우리 지역의 센터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이외에도 각종 청소년참여활동이나 기관, 단체에 방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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