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을래요

자퇴 전문가의 '자퇴고민상담소'

by 송혜교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는 각자의 이유로 학교를 떠나고 싶은, 또 각자의 이유로 자퇴를 말리고 싶은 분들을 위한 시리즈입니다. 학교에 가기 싫은 청소년과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 교육자를 위한 자퇴 고민 상담소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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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 3학년입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중학교를 졸업하면 아예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싶어요. 학교 가려고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공부하는 것도 잘 안 맞아요. 성적도 그닥 좋지 않아서 학교에 다니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아직 뚜렷한 진로를 정한 건 아닌데, 자퇴하고 나면 시간 여유가 생길 테니까 그때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싶어요. 저는 음악도 해보고 싶고 커피도 배워보고 싶은데, 자퇴 후에 열심히 하겠다고 해도 부모님이 허락을 안 해주세요.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 위 내용은 익명성을 위해, 비슷한 몇 건의 상담 요청을 취합해 각색한 사연입니다.




학교 안과 밖의 결정적인 차이


학교를 떠나게 되면 내 시간을 온전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학교 안에 있을 때에 비해 활동 반경을 넓힐 수도 있고, 더 다양한 일에 도전해 볼 수도 있게 되죠. 학교 밖이 다양한 경험을 쌓기에 유리한 환경인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저는 글쓰기에 관심을 가져 성인이 되기 전 이미 몇 권의 책을 낸 청소년의 사례, 어릴 적부터 목공예에 관심을 가져 학교 밖에서 가구 브랜드를 창업한 사례, 각종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다 적성을 찾아 바리스타가 된 사례 등 학교 밖에서 다양한 진로를 찾아나간 청소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학교를 떠난 뒤 한결같이 성실하게 생활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발로 뛴 청소년들이기도 하죠. 학교를 떠나 원하는 방향의 삶을 개척해 낸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학교 밖의 삶 미리 보기


물론 학교 밖의 자유가 모두에게 장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유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하기 때문이죠. 언제 일어나야 하는지, 어디에 가야 하는지, 얼마만큼 공부해야 하는지. 그 어떠한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다잡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 특히 뚜렷한 목표가 없는 상황에서, 추상적인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건 더더욱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학교를 떠난 뒤 성실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인지를 추측해 볼 수 있는 방안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지난 몇 번의 주말과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가'를 돌이켜보는 것이죠. 학교 밖의 삶이 엄청난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365일 방학이 지속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일상을 학교에 할애하지 않아 넉넉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내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의지와 열정입니다. 만일 내가 학교의 규율이 없는 자유시간에도 성실하게 움직이는 타입이라면, 학교 밖에서도 그 습관을 지켜나가면 됩니다. 그러나 방학이나 주말처럼 어떠한 제약도 없는 상황에서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나가 본 경험이 없는 상황이라면 자퇴를 심각하게 재고해 보거나, 자기 주도적인 습관이 잡힐 때까지 조금 기다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퇴 후 생활 습관이 완전히 망가지거나 낮밤이 바뀌는 사례도 흔히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요?


사연 속 내용으로 추측하자면, 사연자는 현재 성실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성적과 성실함이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는 것도 버거워하는 상태이며, 공부에 흥미를 갖지 못해 성적이 좋지 않다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이를 유추해 볼 수 있죠.


사연 속 청소년이 이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모님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니 학교를 그만두어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을 때, 자기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일에 어려움을 겪으리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사연자는 학교를 그만두게 해 주면 그때부터 성실히 움직이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하지 않던 학생이 학교 밖에서 갑자기 열심히 살게 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보통 학교 안에서 성실히 생활하던 사람이 학교 밖에서도 성실하죠.


그러니 부모님을 설득하고 싶다면, 먼저 학교 생활에 성실히 임해 보세요. 당장 좋은 성적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자기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건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주말이나 방학을 활용해 진로 탐색 활동도 조금씩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성실히 생활해 본 경험은 추후 학교 밖에서 자기 관리를 해나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신뢰는 필요합니다. 학교를 떠난 뒤에도 내 인생을 잘 개척하며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걸 말이 아닌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신 뒤, 부모님과 다시 논의해 보세요. 또 학교밖청소년들이 쓴 책이나 인터뷰를 최대한 접하면서 학교 밖의 삶에 대해 함께 알아보거나, 제가 아래에 안내한 각종 지원정책을 보며 상세한 진로 탐색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초행길인 만큼 가능한 많은 정보를 알고 가는 것이 유리하니까요.




진로 탐색 계획 세우기


만약 자신의 성향에 대한 파악이 끝났다면, 그때부터는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를 대략적으로라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진로 탐색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며,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지, 여기에 드는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등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 뒤 자퇴해도 늦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세운 진로 탐색 계획이 자퇴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돌아보는 일입니다. 사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이룰 수 있는 게 많습니다. 그러니 막연하게 자퇴 후 꿈을 찾겠다는 생각보다는, 학교를 떠나야 하는 나만의 이유를 명확히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 밖에서 차별을 받거나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학교 밖의 삶에 회의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럽고 흔한 사례입니다. 이때 '학교를 떠나야 했던 나만의 이유'가 있다면, 든든한 마음의 방어막이 되어줄 겁니다. 자퇴가 나의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아니까요. 후회 없는 선택만을 내리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퇴와 같은 중대한 선택을 내릴 때에는 충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학교 안팤의 장단을 저울질해 본 뒤에도 학교 밖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면, 그때 학교 밖 생활의 장점을 백분 활용하면 되는 것이죠.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 만큼 자아 탐색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할 것이고, 평일 오전 시간을 활용해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원 정책 알아보기


마지막으로는 현실적으로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될만한 정책 및 프로그램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것들은 대부분 학교 안에서도 똑같이 누릴 수 있는 것들입니다만, 시간 여유가 있는 학교밖청소년들에게는 특히 더 도움이 될 내용입니다.


첫째로,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행원에서 운영하는 K-MOOC 사이트가 있습니다. 실제 각 대학과 기업, 기관의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만일 원하는 전공을 정하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다양한 강의를 경험해 본 후 내가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꼭 학부 전공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직업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으니 꼭 활용해 보세요!


둘째로,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커리어넷과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워크넷이 있습니다. 진로 및 직업 심리검사에 참여할 수 있고, 진로상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직업흥미검사와 적성검사, 대학 전공 흥미검사, 진로개발역량검사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니, 자유롭게 참여해 보세요. 특히 워크넷에서는 학과도 검색할 수 있고, 각종 채용 및 직업 정보, 취업가이드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학교밖청소년 맞춤형 프로그램인 내일이룸학교가 있습니다. 출석률에 따라 자립장려금을 지급하고,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 등 학교밖청소년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이끄는 프로그램입니다. 내 거주지 인근의 꿈드림센터를 찾아 문의해 보세요. 학교 밖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복지는 최대한 누리는 게 좋습니다.





진로가 정해진 청소년만이, 자기 관리가 완벽한 청소년만이 자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기 전 자기 자신을 충분히 돌아보고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학교 밖에서도 자기 효능감을 지키며 성장할 수 있도록, 나만의 계획을 세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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