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는 각자의 이유로 학교를 떠나고 싶은, 또 각자의 이유로 자퇴를 말리고 싶은 분들을 위한 시리즈입니다. 학교에 가기 싫은 청소년과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 교육자를 위한 자퇴 고민 상담소를 엽니다.
[오늘의 사연]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엄마입니다. 요즘 들어 아이에게 홈스쿨링을 시키는 건 어떨까 하는 고민이 자주 듭니다. 획일적인 공교육 환경에 아이를 계속 두기보다는,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랐으면 좋겠다는 게 남편과 저의 공통적인 생각입니다.
다만 아직 국내 홈스쿨링에 관한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결정을 내리는 게 힘이 듭니다. 초등 단계에서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하는 게 괜찮을까요? 홈스쿨링에는 돈이 많이 든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게 좋을지 조언을 구합니다.
※ 위 내용은 익명성을 위해, 비슷한 몇 건의 상담 요청을 취합해 각색한 사연입니다.
한국의 홈스쿨링 개념
초등단계에서 홈스쿨링을 해도 괜찮을지 생각해 보려면 우선 한국의 홈스쿨링 개념부터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지극히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홈스쿨링은 재택 교육입니다. 학교에 가지 않고 가정의 뜻대로 교육하는 것이죠.
홈스쿨링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유치원에서 대학까지의 모든 교육과정을 집에서 마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주기적으로 시험을 보거나 가정에 교육 전문가를 보내 실태를 확인하는 등 명확한 절차가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홈스쿨링이 합법화되지 않은 나라입니다. 의무교육 단계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기도 합니다(물론 실제 벌금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학교를 그만둔다고 해서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교육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지도 않습니다. 인가된 대안학교에 다니는 게 아니라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없고, 검정고시에 합격해야만 합니다.
즉, 교육과정과 학력 취득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가정에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다른 국가들에게 이야기하는 홈스쿨링과는 다소 다른 방향인 셈입니다. 한국에서 홈스쿨링을 할 경우, 행정적으로는 또 다른 교육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학교밖청소년의 신분으로 청소년기를 보내게 되는 겁니다.
끝없는 방학의 연속
홈스쿨링을 하기 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교과 교육 관련된 사항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양육자와 아이의 관계'입니다. 홈스쿨링을 하는 과정에서 가족 관계가 더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사실 홈스쿨링을 하며 겪게 되는 일은 이미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익숙합니다. 홈스쿨링 생활은 방학과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방학이 절대 끝나지 않고 356일 24시간 지속되는 느낌이라는 점 정도겠지요. 눈을 뜨고 다시 잠들 때까지 항상 아이가 내 눈앞에 있는 겁니다.
붙어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대립의 여지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홈스쿨링을 택한 후 부모와 자녀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아주 흔하게 발생합니다. 아이에게는 가정이 곧 학교이자 휴식처가 됩니다. 공부와 쉼의 경계가 모호해짐으로써 갈등이 생기기도 쉽습니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을 잔다거나,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속이 들끓는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도 많습니다. 반면 아이들은 '집이니까 쉬는 것인데, 부모님이 잔소리를 해서 마음이 불편하다'라고 고민을 털어놓죠. 홈스쿨링 중에는 이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홈스쿨링은 기약 없는 방학의 지속입니다. 아이와 24시간 붙어있을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지만, 양육자의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경험과 정서적 교류라는 큰 장점 너머에 있는 그림자까지 충분히 고려해 보세요.
'왜' 홈스쿨링을 하고 싶은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학교란 일정한 목적과 교과 과정, 설비, 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입니다. 이는 행정적인 기준으로도 동일합니다. 실제로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결함이 생긴다면, 학교로써 기능할 수 없게 되니까요.
그러나 학교를 떠나게 되면, 교과 과정과 설비, 제도 및 법규에 관한 기준이 모두 사라집니다. 학교 밖의 교육에 남아있는 것은 오직 목적뿐이죠. 그러니 홈스쿨링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의 '목적'을 가장 먼저 설정해야 합니다. 어떤 것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입니다.
홈스쿨링을 하며 얻고 싶은 바는 모두 다를 겁니다. 더 다양한 경험을 원할 수도, (추천하는 바는 아니지만) 더 빠르게 교과과정을 마치고 싶을 수도, 획일적인 공교육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교육을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중 중점이 될 목적을 하나 잡아둔다면, 어떠한 기준점도 없는 홈스쿨링 생활에 유의미한 등대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홈스쿨링하면 돈이 많이 드나요?
예상하셨겠지만, 홈스쿨링에 정해진 비용은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저의 경우 중학생 시절부터 쭉 홈스쿨링을 했으나 '교육' 자체에 투자한 비용은 검정고시 교재 구입비 10만 원가량이 전부입니다. 학원에 단 한 번도 다니지 않았고, 부족한 부분은 EBS의 무료 강의로 대체했습니다.
반면 홈스쿨링 중에 단기 어학연수를 떠난다든지, 예체능 계열의 진로를 꿈꾸며 꾸준히 추가 교육을 받는다든지, 재수학원에 등록하는 등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가정마다 추구하는 교육과정과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값을 매길 수 없는 겁니다.
그러나 비용을 책정함에 있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한 가지 있으니, 바로 식사입니다. 홈스쿨링 비용 중 가장 큰 것이 식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죠. 삼시 세끼부터 간식까지 모두 다 집에서 해결해야 하니 보통 큰일이 아닙니다. 학교에서는 늘 전문 영양사가 구성한 균형 잡힌 식단을 좋은 식재료를 요리해 제공합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매 끼니 풍성한 식사를 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특히 주양육자에게는 아주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해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국가 인프라 백분 활용하기
홈스쿨링을 고려할 때, 사회성과 대인관계를 걱정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때 전국 각지에 분포되어 있는 청소년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꿈드림센터(클릭 시 바로 이동)의 경우 학교밖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친구를 사귀기에 좋습니다. 기관 내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되니 꼭 누려보세요. 꿈드림센터를 통해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진로를 결정하고, 사회인으로 자라난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다양한 경험을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만일 그렇지 않더라도 풍부한 경험을 쌓을 여지는 많습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기관을 통해 저렴한 비용, 혹은 무료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립 도서관, 행정복지센터,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저렴한 금액으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 홈페이지에 꾸준히 공고문이 올라오니 눈여겨보세요. 실제로 제가 만난 한 학교밖청소년은 자퇴 후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한 덕분에 풍부한 예술적 지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2부, <초등학생의 홈스쿨링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hyegyo/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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