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의 홈스쿨링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

자퇴 전문가의 '자퇴고민상담소'

by 송혜교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는 각자의 이유로 학교를 떠나고 싶은, 또 각자의 이유로 자퇴를 말리고 싶은 분들을 위한 시리즈입니다. 학교에 가기 싫은 청소년과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 교육자를 위한 자퇴 고민 상담소를 엽니다.



이 글은 1부 <초등학생인 아이, 홈스쿨링 시켜도 괜찮을까요?>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hyegyo/199



[오늘의 사연]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엄마입니다. 요즘 들어 아이에게 홈스쿨링을 시키는 건 어떨까 하는 고민이 자주 듭니다. 획일적인 공교육 환경에 아이를 계속 두기보다는,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랐으면 좋겠다는 게 남편과 저의 공통적인 생각입니다.

다만 아직 국내 홈스쿨링에 관한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결정을 내리는 게 힘이 듭니다. 초등 단계에서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하는 게 괜찮을까요? 홈스쿨링에는 돈이 많이 든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게 좋을지 조언을 구합니다.

※ 위 내용은 익명성을 위해, 비슷한 몇 건의 상담 요청을 취합해 각색한 사연입니다.




홈스쿨링은 본인의 선택


아직 홈스쿨링이 합법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밖청소년을 보는 시선이 그리 따스하지 않습니다. 학교 안에 비해 시스템의 체계성도 현저히 부족합니다. 자퇴를 금기어처럼 여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상당수의 청소년이 학교 밖이 삶이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한 채로 자퇴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혼란과 불만을 느끼고 방황하거나 다시 복학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반면 저는 학교 밖의 삶에 100% 만족하며 성장해 온 사례입니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1초의 고민도 없이 자퇴를 택할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행복한 삶을 누려온 제게도 학교 밖의 인프라 부족과 차별, 편견은 버거웠습니다. 소속의 사회에서 소속 없이 살아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소속 학교가 없다는 이유로 공모전에 참가할 수 없다거나, 교복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중교통에서 오해를 사는 일은 어린 마음에 상처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홈스쿨링의 성공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학교 밖의 삶을 본인이 직접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자기 주도성입니다. 학교 밖에 어떠한 즐거움과 희망이 있다 해도, 차별과 편견, 각종 시스템의 부족함을 이겨내야만 그 장점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홈스쿨링은 장점이 매우 분명한 교육 방식이지만, 그 모든 것은 자연스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쟁취해 내는 것에 가깝습니다.




초등학생의 홈스쿨링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


이러한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초등 단계의 홈스쿨링을 그리 추천하지 않습니다. 물론 실제 나이와 정신연령이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대부분의 초등학생에게 '본인의 의지로 학교 밖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학교 밖의 미래를 혼자 그려보고, 학교 밖에서 생길 다양한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신보다는 부모의 의견을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학교 밖은 친구를 사귀기 힘든 환경이라는 점도 만류의 이유입니다. 학교에서는 좋든 싫든 새 학기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적응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학교 밖에서의 대인관계는 모두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는 혼자서 친구를 사귀기 위해 다양한 모임을 찾아내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찾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렇게 자발적으로 움직이기에 너무 어린아이라면, 자기 주도적으로 사회성을 길러내기는 힘들 겁니다.


홈스쿨링의 질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경제적 사정이 아닌 본인의 의지와 자립심입니다. 정말 아이 본인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것인지, 학교 밖에서 어떤 길을 찾고 싶은 것인지 깊은 대화를 나눠보시기를 권합니다. 부모와 자녀 간의 합의가 충분히 이뤄진 상태로 홈스쿨링을 시작한다면,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홈스쿨링 속 선생님 역할은?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면 교과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보통은 부모 중 한 명이 담당해 아이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교과 교육도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분수의 나눗셈이나 소인수분해를 할 수 있는 것과, 이를 잘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방향인 셈이죠.


고등 과정의 교과까지 완벽히 기억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가르치기 위해 부모가 직접 공부해야 하는 날이 오기도 합니다. 회사에 다니거나 가사노동을 하면서 중고등과정을 다시 공부하고, 이를 아이에게 다시 가르치는 건 꽤 버거운 일입니다.


자녀교육을 직접 맡았다가 자녀와의 사이가 틀어져버렸다는 사례는 너무나도 흔합니다. 부모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자녀를 혼내는 것일지 몰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선생님으로서의 부모'와 '양육자로서의 부모'를 구분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부모 역시 완벽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아이를 나무라기 힘듭니다. 이 때문에 부모 본인이 교육자임에도 다른 교육자에게 아이를 맡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안교육과 독학에 관하여


이러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로는 기존과는 다른 방향의 전문 교육자를 찾는 겁니다. 대안교육기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작년 기준 교육부에서 발표한 인가 대안학교는 총 94개교이며, 전국의 미인가 대안학교는 600여 개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학교마다 추구하는 철학이 다르니 잘 맞는 곳을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최근에는 공교육 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는 공립형 대안학교도 늘어나는 추세이니, 공교육의 시스템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참고하세요.


만약 검정고시 합격을 위한 교과공부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꿈드림센터 등 각종 청소년기관에서 무료로 검정고시 멘토링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1대 1 과외 형식으로 가르쳐주는 곳도 있고, 교재를 지원하는 기관도 많으니 거주지 인근의 센터에 상담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서는 온라인 교육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원격 교육이 발전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저의 경우 책을 기본으로 하되, 부족한 부분은 EBS 강의를 통해 보충하는 식으로 교과 과정을 마쳤습니다. 현재는 온라인 교육의 폭이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으니, 선택이 어렵다면 홈스쿨링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둘째로, 홀로 독학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아이가 어느 정도 학습과 습득에 익숙해진 상황이라면, 교과 교육을 위해 꼭 교육자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학으로도 충분히 내용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죠. 저의 경우 이 방법을 택했습니다.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교재를 읽고 또 읽으며 교과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알아내는 끈기와 문해력, 어휘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지식을 넓혀가기도 했습니다.


홈스쿨링은 기본적으로 평소 배움을 즐기는 아이에게 적합한 교육방법입니다. 학교의 시스템과 강제성이 사라진다는 건 큰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각종 규제가 없을 때에도 혼자서도 학업을 놓지 않을 수 있는 성향이라면 걱정이 없으나, 평소 책이나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면 이와 영영 멀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홈스쿨링의 목적이 획일적이지 않은 교육과 삶의 방식, 다양한 경험에 있다면 전혀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학교와 비슷한 교육과정이나 교과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이 사실을 한번 더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들


초등단계에서 홈스쿨링을 하며 각종 어려움을 토로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을 추천하려 합니다. 첫째는 단연 앞서 밝힌 꿈드림센터입니다. 전국에 200개 넘는 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니, 거주지 인근의 센터를 찾아보고 지원받을 수 있는 범위를 문의해 보세요.


특히 최근에는 금전적 지원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경북, 충북, 울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는 ‘동행카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꿈드림센터(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이 교통비, 식비, 학원 수강, 도서 구매, 영화 관람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당을 충전 선불카드 형식으로 지원합니다.


만일 서울시 거주자라면, 서울시교육청에서 직영하는 친구랑 센터를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교육청에서 직영하는 만큼 교육에 더 특화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꾸준하고 성실하게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월 10~20만 원의 교육참여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복지로정부 24 등에서 각종 지원정책을 찾아볼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둘째로, 각 지역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학력인정사업이 있습니다. 기존에 다녔던 재학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졸업까지 남은 교육시간을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채워가는 겁니다. 시간을 채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검정고시에 합격하지 않아도 학력이 인정된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인지도가 많이 낮은 사업이지만,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진행하고 있으니 참여 방법을 문의해 보세요.


셋째로, 민들레 출판사에서 펴내는 격월간 민들레 및 각종 도서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국내의 각종 홈스쿨링 사례와 쟁점을 짚어주는 대안교육 전문 출판사로, 대안교육 분야에서 최고로 권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간의 내용을 엮어 만든 책인 <홈스쿨링, 홈과 스쿨을 넘어> 책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저를 비롯하여 다양한 홈스쿨링 경험자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홈스쿨링의 선행 사례를 찾아보는 게 언제나 큰 도움이 됩니다. 포털사이트를 뒤져보면 홈스쿨링과 관련된 커뮤니티 사이트를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경험자로부터 유의미한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국내 홈스쿨링의 우수 사례로 꼽힐 수 있는 두 건의 기사를 첨부하겠습니다.


[한겨레] 7년간 4남매 ‘홈스쿨링’…자연서 뛰놀며 배움의 본질을 찾다

[topclass] 제주도 독수리 5남매의 웃음 일기




이 글에서는 초등 단계의 홈스쿨링에 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다뤘습니다. 그러나 이는 홈스쿨링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살펴보았으면 하는 우려 섞인 마음에서 꺼낸 이야기일 뿐, 당연하게도 홈스쿨링의 훌륭한 사례도 수없이 많이 존재합니다. 아이와 양육자인 나의 성향, 홈스쿨링의 목적을 두루 고민하신다면 최선의 선택을 내리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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