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게 죽을 만큼 싫은데 어떡하죠?

자퇴 전문가의 '자퇴고민상담소'

by 송혜교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는 각자의 이유로 학교를 떠나고 싶은, 또 각자의 이유로 자퇴를 말리고 싶은 분들을 위한 시리즈입니다. 학교에 가기 싫은 청소년과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 교육자를 위한 자퇴 고민 상담소를 엽니다.


[오늘의 사연]

저는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왕따를 당하고 있어서 매일 학교에 가는 게 죽을 만큼 힘들어요. 사실 직접적으로 저를 때리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근데 가끔씩 카톡으로 욕을 보냈다가 삭제하고 단톡방에 초대해서 눈치를 줘요... 학교에서도 저만 항상 혼자예요. 같이 밥 먹을 친구도 없고 아무도 저한테 말을 안 걸어요.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건 알지만, 정말 죽고 싶을 때도 있어요... 어제는 다른 애랑 눈만 마주쳤는데도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아서 보건실에 하루 종일 있었어요. 엄마한테 자퇴하고 싶다고 얘기를 꺼내보긴 했는데,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냥 다니지 아깝지 않냐고 하세요. 걱정하실 것 같아서 아직 자세한 이야기는 못 했거든요...

저는 자퇴하고 싶은데... 다들 도망치면 안 된다고, 도망치면 나중에 더 힘들어진다고 하니까 자퇴해도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나약한 걸까요? 근데 그냥 계속 학교 다니면 정말 죽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 위 내용은 익명성을 위해, 비슷한 몇 건의 상담 요청을 취합해 각색한 사연입니다.




이것도 학교폭력일까?


신체적 폭력을 가하지 않으면 학교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연자가 겪은 일 역시 명백한 학교폭력이며, 이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 역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사연자가 나약한 것이 아니며, 이에 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재단에서 2023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 폭력 피해 유형 중 가장 흔한 것이 사이버 폭력, 그다음이 언어폭력이었습니다. 피해 학생의 98%가 온라인상에서도 학교폭력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피해자 중 약 78%가 학교폭력 피해 후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약 39%가 자살·자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모바일 세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교가 끝난 시간에도 학교폭력은 끝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피해자가 느끼는 불안함과 괴로움도 계속해서 커지는 게 당연합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곁에 있지 않다고 해서, 피해의 정도가 가벼워지는 게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누구라도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고 있다면, 이 사실을 보호자에게 알리는 게 우선입니다. 추후 어떠한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니 힘들더라도 상황을 정확히 알리는 게 좋습니다. 사연자는 아직 미성년자입니다.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마시고, 주저 없이 어른들의 보호를 받으세요.


신고를 위한 절차를 고민하고 있다면, 관련된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대표적으로 교육부에서 학교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푸른나무재단에서도 전국 학교폭력 상담전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푸른나무재단에서는 상담은 물론, 학교폭력에 대처하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전문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으니 꼭 방문해 보세요.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린다면, 학교 측에서 사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할 겁니다. 교내에서 학교장 재량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도 있겠지만, 사안의 심각성과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소위 '학폭위'에 사건을 회부하기도 합니다. 학폭위'를 통해 일정한 조사와 입증을 거쳐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가장 흔한 절차입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일관되고 상세한 진술과 증거자료가 중요합니다. 사이버폭력의 경우, 증거 수집이 조금 더 수월하니 가능한 모든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좋겠죠.


이와 관련하여 더 정확하게 대처하고 싶다면 법률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과거에는 교내에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학폭위 결과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민·형사상 소송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위에서 안내한 것은 말 그대로 행정적인 절차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입니다. 사연자는 이미 신체적 증상을 동반한 깊은 우울 증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처별 역시 중요한 사안이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쳐버린 본인의 마음을 돌보는 것이 가장 우선이어야 합니다.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피해자의 상처가 모두 낫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학급을 교체하는 등 피해자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지만, 그 과정에서도 피해자는 끊임없이 고민을 하게 됩니다. 가해자를 다시 마주칠 일이 생기진 않을까? 다른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나를 괴롭히지는 않는다고 해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이미 학교 다니는 게 괴롭고 끔찍한데, 이걸 계속 버텨야 할까? 이러한 걱정이 줄지어 따라오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자책하지 마세요.


그 과정에서 사연자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길 권합니다.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지, 내가 받은 상처를 해소하고 다시 즐거운 대인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삼고 움직이세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학교 생활을 이어가는 게 힘들다면 학교를 쉬며 회복할 시간을 가질 수도, 학급이나 학교를 옮길 수도, 자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담이 필요하다면, 학교에 이를 요청해 교내외 상담 시스템을 확인해 보세요. 서울 지역 내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위드위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역마다 존재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도 개인 상담과 심리 검사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상담과 약물 치료는 다른 영역이니, 정신과 방문도 꼭 권하고 싶습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내과에 가는 것처럼, 마음이 아플 때는 정신과에 방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가벼운 우울 증세부터 무거운 정신 질환까지, 정신과에서 다루는 분야는 매우 폭넓습니다. "이 정도로 병원에 가야 하나?"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최근 들었던 생각과 호흡 곤란 증세 등 각종 어려움과 곤란함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해 보세요.




도망친 곳에도 낙원이 있다


저는 평소 "자퇴하고 싶어요."라며 찾아오는 청소년 중 90% 이상을 만류합니다. 진로를 탐색하는 것, 친구와 싸운 것,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것 모두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며, 오히려 학교를 떠나 생기는 문제점을 추가로 끌어안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학교폭력의 피해로 이미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며,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질환을 갖게 된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석도 수능도 아닌 치료와 회복입니다. 학교 생활과 교육은 그 안에서 얻는 것이 있을 때,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가지 않을 수 있을 때 유의미한 겁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이 말은 수많은 피해자를 옭아매왔습니다. 지금 도망쳐봤자 더 괴로워질 뿐이라는 해석으로요. 그러나 이 말은 사연자의 상황에 해당되지도,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물론 도망이 최선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죄도 아닙니다. 지금 있는 곳이 이미 지옥이라고 느껴진다면, 훗날 나의 18살을 뒤돌아봤을 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면, 도망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도망치는 데도 힘이 필요하니까요. 더 이상 아무런 힘도 남아있지 않을 때가 되면,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학교에서 벗어나는 게 본인에게 최선이라고 여겨진다면, 자퇴해도 괜찮습니다. 만약 도망치듯 자퇴를 택하게 된다고 해도 그 사실에 죄책감을 갖지 마세요. 도망친 곳에도 낙원이 있습니다. 상황은 반드시 좋아질 거예요.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자퇴를 한다거나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폭력의 상처는 아주 오래 피해자를 괴롭힐 수 있으며, 이는 피해자의 나약함과는 상관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학폭위 등 행정적인 절차가 마무리되었더라도, 꼭 상담 기관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학교를 떠나든 떠나지 않든, 마음을 돌보는 일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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