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장과정'이 왜 궁금한가요?

족집게 자기소개서 특강 - 성장과정 편

by 송혜교


엄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아래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도 이런 서두를 내미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겠지만, 취준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이런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 대체 무엇을 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탓에 일어나는 일이다.


기업에서는 대체 내 성장과정을 왜 묻는 걸까? 그리고 여기에는 어떤 내용을 써야 하는 걸까?




제 성장과정이 왜 궁금한가요?


'성장과정'이라는 이 애매한 이름 탓에, 우리는 자꾸만 기업에 우리 부모님을 소개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자고로 과정을 잘 설명하려면 시발점부터 다뤄야 하는 것 아니겠나, 생각하면서. 이러한 혼란의 원인은 문항의 요점 파악 실패에서 온다. 내 성장과정을 어디에 어떻게 참고하겠다는 것인지 감도 오지 않는 탓에 문자 그대로의 성장과정을 작성하게 되는 것이다. 성장과정 문항을 잘 작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에서 이걸 왜 묻는 것인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기업에서 성장과정을 묻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얼마나 성실하게 역량을 발전시켜 왔는지, 얼마나 꾸준히 이 일에 관심을 가져왔는지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즉, 내가 정말 이 직무에 뜻이 있다는 사실을 성장과정에 빗대어 어필하고, 이 직무에 적합한 인재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역량을 꾸준히 길러왔는지를 알리는 내용으로 채우는 것이 정답이다.




좌절 금지 구역


성장과정은 자기소개서의 모든 문항 중 '수필'과 가장 가깝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독자(기업)가 원하는 이야기만 들려줘야 하는 수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말인 즉, 엄청난 이력이나 경험이 없더라도 스토리텔링으로 충분히 풍성한 내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문항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가장 어려운 문항으로 꼽힐 수도 있겠지만, 이 중점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스펙과는 무관하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정량적인 이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아닌 만큼,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성장과정을 읽어보며 성향이나 스토리텔링 능력, 자기 PR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성장과정은 이력서에는 담을 수 없는 나의 장점과 성실함, 기업을 향한 관심을 충분히 녹여내면서 읽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어렵고 추상적이라며 좌절하기보다는, 이러한 이점을 충분히 써먹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험 정리하기


대체 어디서부터가 내 성장과정일까? 태어났을 때부터? 걸음마를 시작할 쯤부터?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아주 어릴 적의 경험부터 언급할 수도 있고, 학창 시절부터 언급해도 괜찮다. 다만 '성장과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고등학생 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은 다소 어색한 면이 있으니, 최소 중학생 시절부터는 언급해 주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성장과정 항목을 적기 전 나의 경험을 쭉 나열해 보는 일이다. 자기소개서에서는 서류로 증빙할 수 없는 일화도 언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력서용으로 준비해 둔 자료를 넘어 더 소소한 경험까지 한 번쯤은 간략하게 스케치해 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시절 어린이 과학 동아리에서 활동한 것을 서류로 제출할 수는 없지만, 자기소개서 속 일화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그중에서 특히 수치로도 증명할 수 있는 사안이 있다면 꼭 기록해 두자. 이를테면 고등학생 시절 학교 축제 기획을 맡아 특별한 부스를 운영했는데 방문객 0명 이상을 달성했다거나, 0원의 수입을 내 전액 기부했다는 등 일화의 구체성이 부각되면 신뢰도가 올라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짓말은 금물이라는 점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과장은 모든 취업준비생이 써먹는 스킬이라지만, 없던 일을 지어낸다거나 수치를 조작하는 등의 거짓말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운이 좋게 서류를 통과했더라도, 면접에서 관련 질문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하자.




저는 한 우물만 팠어요


"저는 너무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서 도저히 쓸 말이 없는데 어쩌죠?"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다. 한 가지 희소식이 있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지원자가 전체의 90% 정도 된다는 점이다. 취준생 중 십중팔구는 특별한 일화 없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 기업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일화를 가진 사람은 드물다는 걸.


아무래도 작성하기 가장 편한 사례는 고등학교나 학부, 대학원 등에서 꾸준히 지원 직무와 비슷한 분야를 전공해 온 사례다. 이 경우 내가 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그 시초가 되는 일화를 찾아 짧게 적고, 전공 과정에서 쌓은 경험이나 흥미도를 부각하는 것이 좋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이 흥미나 적성보다는 적당한 성적에 맞춰 학과를 택한다. 그래서 '정말이지 죽었다 깨도 적을 내용이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떠한 책을 읽었다든지, 학교나 동아리 등에서 관련된 사람을 만났다든지, 우연히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았다는 등의 전공 분야와 관련된 아주 소소한 일화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일화의 특수성이 아니라 직무를 향한 개연성이기 때문이다.




저는 특별한 사연이 없는데요


전공과 큰 관련이 없는 직무에 지원하게 될 때도 있다. 이럴 경우 꾸준함을 드러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사실 내가 이 분야에 가져온 관심과 흥미만 부각하더라도 충분하다. 관련된 공모전에서 상을 탔다거나 관련 대외활동을 수행한 적 있다면 더 좋겠지만, 이러한 사실이 없더라도 나의 열정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한 고객에게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의뢰받았을 때의 일이다. 그는 모 방송국에 지원하길 희망했으나, 미디어나 언론 관련 학과를 졸업하지도 않았고 지방에 거주하는 관계로 해당 방송국 근처에 직접 가본 적도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한참 대화를 나눈 끝에, 그가 처음으로 '방송국'의 존재를 알게 되었던 때의 일화발굴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시내에서 길을 잃어 우연히 지역방송국 건물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때 마주친 직원으로부터 '여기는 TV에 나오는 방송을 직접 만드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소소한 일화였다. 이를 계기로 방송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어 중학생 시절에 방송 동아리에서 잠시 활동했다는 점, 비록 학부에서는 전혀 다른 전공을 택했지만, 방송을 향한 꾸준한 관심을 기반으로 관련된 책을 읽고 홀로 각종 방송을 분석해 보기도 했다는 점을 문항에 담았다. 이렇듯 직무와 관련된 일화의 시발점을 찾고 나면, 이후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를 이어나가면 된다.


성장과정 속 일화를 고를 때 중요한 것은, 엄청난 스케일이나 성과가 아니라 꾸준함이다. 앞서 서론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얼마나 꾸준하고 성실하게 이 일에 관심을 가져왔는지, 이 직무에 적합한 인재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역량을 꾸준히 길러왔는지를 알리기만 하면 충분하다.




일필휘지는 금물


엄청난 거장들은 일필휘지로 명작을 써 내려간다지만,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만큼은 해당 사항이 없다. 처음부터 문장을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건 욕심이다. 튼튼한 뼈대를 지어놓은 뒤 살을 붙이는 편이 훨씬 낫다. 특히 초보일수록 거듭해서 고치고 다시 읽어보는 게 중요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언급하고 싶은 일화와 사례를 나열하고, 이를 문장으로 대충 이어 붙인 뒤 자연스럽게 다듬는 단계가 필요하다. 예시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1) 뼈대 세우기

초등학생 때 길을 잃어서 우연히 방송국에 간 적이 있음 → 그때까지 tv에 나오는 방송을 볼 줄만 알았지, 이걸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는 몰랐음 → 여기는 방송을 만드는 곳이라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 처음으로 시청자에게 뭔가를 전달하는 방송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됨 → 이를 계기로 중학생 때 방송부에 들어감 → 구성을 짜다 보니 친구들로부터 피드백도 받게 되었고, 점점 반응도 좋아짐.....(후략)


2) 문장으로 대충 연결해 보기

초등학생 시절 길을 잃어서 우연히 방송국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tv에 나오는 방송을 볼 줄만 알았지 이걸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는 몰랐습니다. 방송국 입구를 헤매다 만난 직원이 여기는 방송을 만드는 곳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시청자에게 뭔가를 전달하는 방송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중학생 때 방송부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조례 시간 전에 트는 방송 제작을 맡았습니다. 각종 공지사항을 전달받아 대본으로 정리하고 순서를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3개월 정도 활동했을 때는 방송부 담당 선생님께 인정받아, 점심시간에 전교에 재생하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도 전담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는 더 좋은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매일 친구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학우들의 의견을 방송 구성에 반영하자, 점점 반응도 좋아졌습니다.... (후략)


3) 1차로 문장 다듬기

초등학생 시절, 시내에서 길을 잃은 탓에 우연히 지역 방송국 건물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수많은 모니터에서 각종 방송이 동시에 재생되는 모습이 신기했던 저는 로비에 서서 한참 동안 이를 구경했습니다. 그때 한 직원이 다가와 "여기는 방송을 만드는 곳이야."라며 친절하게 방송국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이는 제가 방송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연하게 시청해 왔던 방송 뒤에 수많은 사람의 열정과 노고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된 뒤로, 직접 방송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를 계기로 중학교 입학 직후 방송부에 가입해 활동했습니다. 처음에는 조례 시작 전 틀어두는 방송 제작을 맡았습니다. 각종 공지사항을 전달받아 대본으로 정리하고 순서를 정리하는 것이 저의 일이었습니다.

3개월 정도 활동했을 무렵, 방송부 담당 선생님께서 점심시간에 전교에 재생하는 음악 방송을 전담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처음으로 모든 기획을 혼자 하게 된 저는 더 좋은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으로 매일 피드백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학우들의 의견을 방송 구성에 반영하자, 점심시간 방송을 향한 반응도 좋아졌습니다.... (후략)


이렇게 3단계를 거치고 나면 비로소 초안이 완성된다. 이제 이 초안을 며칠에 걸쳐 다듬고 고치면 된다. 초안은 글자 수 제한보다 훨씬 넉넉하게 작성하는 게 좋다. 추후 너무 자세하게 서술한 부분을 생략하고 맞춤법을 점검하는 등 분량을 맞춰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무엇을 더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면, 타인에게 읽어봐 달라고 부탁하는 게 좋다. 본인이 쓴 글을 계속 쥐고 있으면 실수나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는 고치고 또 고치는 일의 연속이다. 완벽한 초안이란 없으며, 공을 들일수록 매끄러운 글이 된다. 그러니 초안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지더라도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읽고 고치는 과정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은 덜어내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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