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펙이 부족한데, 자기소개서 쓰는 게 도움이 되나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어쩔 수 없는 '현타'의 순간이 온다. 작위적으로 내 인생을 정리하며 드는 회의감과 과거의 나를 향한 아쉬움, 굳이 이런 작위적인 절차를 고집하는 기업을 향한 원망 같은 것들이 한데 뒤섞인다. 더 나아가서는 이런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내가 이렇게 개고생 해서 쓴 글, 기업에서 읽어보긴 하는 걸까?
취준생 사이에는 다양한 서류전형 괴담이 돈다. 그중 유명한 것은 바로 '학벌 입구컷' 썰이다. 얼마나 훌륭한 자기소개서를 냈든지 간에, 특정 대학 출신 이하는 엑셀로 필터링한 뒤 파일을 열어보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실제 모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실제로 이런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훌륭한 기업에서는 여전히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담당자가 직접 읽기 때문이다. 이력서만으로는 다 알아낼 수 없는 지원자의 역량이 자기소개서에 담겨있다는 걸 기업에서도 알고 있다. 면접장에서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한 날카로운 질문을 받아봤던 사람이라면, 기업에서 자기소개서를 정말로 읽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을 것이다.
한편, 이런 의문을 갖는 경우도 있다. 난 스펙이 부족한데, 자기소개서만 열심히 쓰는 게 정말 의미 있는 걸까? 여기에는 분명한 정답이 있다. 스펙이 부족할수록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더 열심히 써야 한다. 실제로, 고객 중 한 명이 최종 면접 후기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들으면 누구나 바로 아는, 학벌을 많이 보기로 소문이 난 대기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면접 대기실에서 다른 지원자과 대화를 나눠 보니,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명문대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 사이에 명문대 출신이 아닌 자신이 어떻게 최종까지 뽑혔는지 신기해하던 찰나, 면접관이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고 한다. "자기소개서가 정말 눈에 띄게 좋았습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요..." 면접이 끝난 직후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내게 감사 인사를 보내온 것이다.
또 다른 고객은 면접관으로부터 "자기소개서를 수백 개는 봤는데, 이렇게 잘 읽히는 글은 처음이었다. 읽는 사람을 배려하여 적은 글을 보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 것이라 예측했다."는 극찬을 받았다며, 며칠 뒤 합격 소식을 알려왔다. 이렇듯 자기소개서는 실무자가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자기소개서가 서류 합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물론 이력서나 스펙만큼이나 합격 여부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부족한 면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하는 자기소개서는 취업 과정에서 엄청난 무기가 된다. 좋은 자기소개서는 내 '스펙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계단 역할을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업에서 내 자기소개서를 한 줄씩 공들여 읽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지원자의 서류를 직접 확인한다는 건, 한 지원자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뜻과도 같다. 특히 자기소개서의 경우 10초도 읽지 않고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 심사한다는 뜻은 아니다. 인사팀이 아닌 실제 실무 부서에서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는 경우도 많고, 대기업의 경우 단 한 명이 모든 자기소개서를 읽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교차 검증할 확률도 높다. 특히 어디에서든 채용 업무를 오래 맡아본 사람이라면 첫 두세 줄만 읽어도 수준 미달의 글을 쉽게 골라낼 수 있다.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다른 회사에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붙여 넣었다든지, 분량이 턱없이 부족할 경우 재고의 여지가 없다.
무작정 길고 화려한 자기소개서라고 해서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합격 자기소개서의 핵심은 짧은 시간 안에 나를 최고로 돋보이게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문장을 짧고 정갈하게 정리해야 하고, 문단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 좋다. 특히 1,000자가량의 자기소개서에서 문단조차 구분하지 않는 건,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것과 같다. 적당한 지점에서 소재를 전환하고, 문단을 나누는 것이 꽤 중요한 스킬인 이유다.
눈에 띄는 지원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가진 역량을 탈탈 털어 넣는 경우도 흔하다. 예를 들어 '저는 평소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을 지녔으며, 소통에 능한 인재입니다.' 같은 문장을 쓰는 식이다. 이건 자기소개서의 기본을 단 하나도 지키지 않은, 글자 수만 낭비하는 문장이다.
자기소개서에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 즉, 근거가 제시되어야만 주장의 의미가 생긴다. 그러니 자기소개서의 가장 기본적인 틀은 주장-근거의 반복이다. 여기에서 주장은 본인에 대한 소개나 설명이 되고, 근거는 일화가 된다.
'나는 누구보다 성실한 사람이다.'라는 주장을 펼치고 싶다면, '학부생 시절 3년간 00에서 근무하면서 단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다.'와 같은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은 글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평소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을 지녔으며, 소통에 능한 인재입니다.'라는 문장은 완벽하게 틀렸다. 성실함과 꼼꼼함, 소통 능력이라는 세 가지 역량을 다 어필하고 싶은 나머지 그 어디에서도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한 채 문장을 흘려보낸 셈이다. 자기소개서에 담긴 모든 주장에는 근거가 따라붙어야 한다.
근거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면 주장만 하다 끝나버리는 텅 빈 자기소개서를 쓰게 된다. 반대로 주장-근거의 반복만 기억한다면, 자기소개서의 가장 기본적인 틀을 익힌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근거는 최대한 구체적이어야 한다.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은 숫자로 표현하고, 기간은 가능한 정확하게 서술해야 하며, 주장과의 연관성을 탄탄하게 부여해 글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